[부동산 X파일]증권사에 손벌리는 분양사업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08.08.3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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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증권사 부동산팀은 요즘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그동안 가뭄에 콩나듯 들어오던 A급 아파트 분양사업에 대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검토 요청이 최근 들어 쏟아져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PF 대출 요청이 들어온 프로젝트의 80%가 사업성이 떨어지는 B급과 C급이었지만 요즘에는 A급이 80%로 완전히 역전됐다. 은행권이 금융시장 악화 이후 사업성이 우수하고 대형건설사가 지급보증을 완벽하게 한 사업들만 PF 대출을 하다 보니, 여기서 소외된 프로젝트들이 증권사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아파트 분양사업에 쏠쏠한 자금줄이 돼왔던 저축은행들의 PF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금융당국의 감시가 강화된 것도 증권사를 찾는 이유가 되고 있다. 통상 증권사의 아파트 분양사업 PF 대출 검토시 A급 판정 기준은 분양성이 담보된 수도권 사업과 땅값이 싼 프로젝트다.

최근 증권사로 몰리고 있는 아파트 분양사업들은 시행사가 수년전에 땅을 매입했으나, 분양가상한제 시행 때문에 사업을 잠시 보류했던 프로젝트들로 이익을 대폭 줄여 사업화에 나선 것들로 알려졌다.



따라서 인허가 속도가 빠른 사업들이 대부분이며 땅값이 싸 분양가를 인하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만약 인근에 고분양가로 미분양이 쌓여 있을 경우 분양가를 낮추게 되면 분양 성적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상당수 프로젝트가 PF 대출로 이어진다.

한 증권사 부동산팀 관계자는 "일부 시행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사업장 매각을 진행하다가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이익을 대거 줄여 분양에 나서는 것들도 있다"며 "주로 경기 남부지역 프로젝트가 많아 분양가를 인근 단지보다 낮추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부동산심사역은 "증권사마다 리스크 판단기준이 틀려 확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예전에는 불가 판정을 받은 프로젝트들이 더 많았다면 최근에는 가능 판정을 받는 프로젝트가 많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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