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note]ETF 급성장의 이면에는…

더벨 전병윤 기자 2008.08.20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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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8월19일(12:1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시장이 갈수록 성장하고 있다. ETF란 특정 지수를 따라가면 수익을 얻는 인덱스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킨 걸 말한다.



인덱스펀드는 지수(주로 코스피지수)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가기 때문에 펀드매니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종목을 선정하는 액티브펀드와 다르다. 일반적으로 시황에 따른 수익률 부침이 상대적으로 적고 장기투자하면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더구나 인덱스펀드를 상장시킨 ETF는 수수료가 낮을 뿐 아니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주식처럼 매일 사고팔 수 있다는 편리함이 더해졌다.



펀드의 진화 단계로 보면 최신 버전인 셈이다. 미국처럼 펀드시장이 선진화된 곳에서 ETF가 가장 활성화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ETF로 돈이 몰리자 펀드 시장이 선진화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온다. 그런데 속내를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본래 성격과 달리 다른 의도로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그 원인으로 외국인이 지목된다. 외국인들은 주로 단기 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현물과 주식선물(코스피 200지수)의 가격차이를 이용한 현·선물 차익거래를 할 때 ETF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현·선물 차익거래는 현물가격이 선물에 비해 싸졌다면 저평가된 현물을 매수하고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선물을 매도한 뒤 적정 가격으로 돌아올 경우 반대매매(현물 매도+ 선물 매수)로 차익을 얻는 구조다.


그런데 모든 개별 주식은 매도할 때 증권거래세(매도금액의 0.3%)를 내지만 펀드에 한해 비과세 혜택을 받고 있다. 외국인은 이런 점을 이용, 현·선물 차익거래시 반대매매(주식매도)로 이익실현을 할 경우 세금을 떼이기 때문에 코스피 200종목으로 구성된 현물 바스켓을 매매하지 않고 코스피 200을 인덱스로 하고 있는 'KODEX200'이나 'KOSEF200'과 같은 ETF를 활용한다는 것. ETF를 현물 바스켓 대신 사용하면 세금을 회피하면서도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세금 회피를 목적으로 ETF를 활발히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전체 ETF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비중은 2005년 6.7%에서 2006년 7.7%, 2007년 29.1%, 2008년 2분기 30.3%로 매년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에선 외국인의 ETF 거래 대부분이 차익거래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ETF시장이 고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외국인의 이런 거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들어 증권선물거래소가 ETF의 투자 주체별 매매동향을 따로 발표하는 등 자금의 흐름을 명확히 파악하고자 고심한 흔적도 엿보인다.

물론 ETF를 통해 차익거래를 시도한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 이 또한 상품을 이용해 수익을 얻기 위한 투자 방법 중 하나다. 다만 국내 증시의 장기 성장을 믿고 투자한다는 ETF의 탄생 배경보다 단기 차익만을 얻기 위한 매매로 시장의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는 점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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