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정상 "北통미봉남 차단,동맹확인"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8.08.0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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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시, 금강산 해법 등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 적극 지지
- 한미동맹 미래지향적 발전 합의.. 北 통미봉남 쐐기
- 한미FTA 연내 비준 재확인, 대학생 연수취업 프로그램 신설 성과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6일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 발전과 북한 문제,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범세계적 협력확대 등 광범위한 양국의 현안을 논의했다.



韓美정상 "北통미봉남 차단,동맹확인"


이 가운데 북한 문제가 최대 관심사로 부각됐다. 미국 정부의 테러지원국 해제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양국 정상이 북한 인권상황의 의미 있는 개선과 금강산 관광객 사망사건 재발방지를 촉구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미 정상이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 인권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북-미, 남-북 관계 정상화에서 인권이 중요한 기준과 원칙이 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평가된다.



두 정상이 한미동맹을 전략적,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는 등 공고한 한미관계를 재확인한 것도 성과로 평가된다. 북한의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즉 한국을 따돌리고 미국과 직접 대화하겠다는 전략에 쐐기를 박았다는 평가다.

◇北 인권 의미있는 진전 '압박' = 두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대북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북한 내 인권상황 개선의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북한 인권에 관심을 보여 온 부시 대통령이 그동안 한미 정상회담에서 기회 있을 때마다 이 문제를 거론해 왔지만 양국의 공식 문서에 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공동성명 공개 후 '북한 인권'이 포함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북한 인권 개선 문제는 미국 측의 요청에 따라 공동성명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당초 미국 측이 공동성명에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해 보다 강한 수준의 표현을 넣자고 제안했지만 우리 측의 수위조절을 통해 '의미있는 진전을 촉구한다'는 수준으로 '톤다운'됐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이 함께 참석한 기자회견에서도 이 대통령은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지 않았지만 부시 대통령은 "북한 인권상황에 대해 우리가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이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이 문제를 강하게 제기한 것은 퇴임을 앞둔 부시 행정부가 북핵 진전에 집착해 인권문제를 소홀히 다루고 있다는 의회 등의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테러지원국 해제 등 향후 북-미 관계 개선에서 인권 문제가 중요한 이슈가 될 전망이다.

◇北 통미봉남 전략 차단 '성과' =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금강산에서 발생한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에 대해 유감과 조의를 표명하고, 이 사건의 조속한 해결과 이러한 비극의 재발방지를 위해 남·북 당국간 대화에 응할 것을 북한에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의 유감표명 및 당국간 대화 촉구는 이번 사건 해결과 향후 남북 관계에서의 입지강화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진상규명을 외면하고 적반하장 식으로 우리 측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북한을 압박하는 주요 카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또 이번 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구상과 대화재개 제의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북측에 대해 비핵화 조치의 조속한 완료, 모든 핵무기와 핵계획의 완전한 포기를 촉구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북핵 문제에 대해 한 치의 빈 틈 없는 공조태세를 보여 북한의 이른바 '통미봉남'이라는 것이 허구임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 한·미 공고한 동맹관계 '확인' = 양 정상은 한·미 동맹이 지난 50여년간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21세기 안보환경 변화와 미래 수요에 보다 잘 대처하기 위해 한·미 동맹을 전략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구조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한·미 동맹이 안보협력 뿐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 까지 포괄하도록 협력범위를 확대·심화하고, 지역 및 범세계적 차원의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간다는데도 의견을 같이 했다.

지난 4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 당시 합의한 '21세기 전략적 동맹관계'의 대원칙을 재천명한 것이다. 다만 이번 서울 정상회담에서 전략적 동맹관계의 구체적 내용을 담은 '한미동맹 미래비전'을 채택하지는 못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래비전은 향후 10-20년간 한미 관계를 좌우할 중요사안인 만큼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이 임기 말 인 만큼 한미동맹 미래비전은 차기 미국 정부와 체결될 것이라는 의미다.



◇아프가니스탄 파병, 논의 안돼 = 양 정상은 한미 동맹 강화와 관련, 테러리즘, 대량파괴무기(WMD) 확산, 초국가적 범죄 및 에너지 안보, 기후변화 등 범세계적 문제에 공동 대처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 측이 희망했던 한국군의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거론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늘 회담에서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고 부시 대통령도 "유일하게 (이 대통령에게) 말한 것은 비군사 지원"이라고 말해 한국군의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가 다뤄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일부에서 오해가 있지만 파병 논의는 전혀 없었다"며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 대한 한국 정부의 평화재건 기여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시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이 대변인은 또 "한국이 아프가니스탄의 평화재건에 참여하는 것은 실무적 차원에서 논의해 나간다는데 양 정상이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한·미 FTA 연내 비준 '재확인'= 이처럼 북한, 한미동맹 분야의 진전과 달리 한미 FTA는 연내 비준 추진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데 그쳤다.

양 정상은 FTA가 한·미 동반자 관계에서 경제 분야의 항구적인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한·미 FTA가 비준될 수 있도록 양국 입법부와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FTA는 한국과 미국, 양국에 모두 도움이 된다"며 "부시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에, 연내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연내에 의회 비준동의를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는 데니스 와일더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의 발언처럼 레임덕에 접어든 부시 대통령 임기 내에 한미FTA 통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민간 우주탐사, 우주과학 및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을 추진하고 대학생 연수취업 프로그램(WEST)의 신설, 미국 사증면제 프로그램(VWP) 연내 가입 재확인 등은 이번 정상회담의 가시적 성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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