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 공포 현실화되나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8.08.01 16:17
글자크기

7월 물가상승률 6% 육박…7월 무역수지도 16억달러 적자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에서 그런 경향은 뚜렷해지고 있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5.9%가 올라 심리적 마지노선인 6%까지 위협받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2월 3.6%→3월 3.9%→4월 4.1%→5월 4.9%→6월 5.5% 등으로 발표 때마다 수직상승하면서 외환위기 당시인 9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물가 상승의 주범인 국제유가 오름세가 진정되고 있지만 당분간 고물가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물가 급등속에서 경기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6월 소비재판매가 전년 동월대비 1.0% 감소했다. 소비재판매가 감소세를 기록한 것은 2006년7월(-0.6%) 이후 1년1개월 만이다. 낙폭도 2005년1월(-3.3%) 이후 3년5개월만에 최대치다.

그만큼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어 있다는 것으로, '소비 침체→내수 부진→생산 위축→고용 악화→소비 침체'의 악순환의 굴레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생산 부진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대비 6월 광공업 생산은 고작 0.2% 증가하는데 그쳤다. 5월의 마이너스(-0.6%) 실적 보다는 개선됐지만 3월(1.1%), 4월(1.0%)에 비해서는 크게 떨어진다.

특히 내수 부진에 따른 내수 시장이 타격을 받고 있다. 수출용상품 출하는 전년동월대비 10.9% 증가했지만 내수용 출하는 0.4% 늘어나는데 머물렀다. 재고율은 전년 동월대비로 15.9%나 증가했다.

그나마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도 '속 빈 강정'이 되고 있다. 7월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37.1% 증가했지만 수입은 47.3%나 늘어 무역수지는 16억2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1~7월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77억9500만 달러로 늘었다.


여기에 향후 경기전망을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전달보다 1.1%포인트 떨어지면서 7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도 전월대비 0.5%포인트 떨어지면서 5개월째 하락했다.

이 같은 여건에서 경제 전문가그룹은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은 아니지만 완만한 스태그플레이션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1분기 기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지수는 18.4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4%는 물론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담보대출) 사태의 진원지인 미국(14.84%)보다 높다고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하반기 경기둔화가 심화되면서 완만한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것으로 진단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28일 국회 민생특위 답변에서 "아직 이르기는 하지만 현재 방향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가고 있는 게 맞다"고 밝혔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단정 짓기는 빠르지만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할만한 수준"이라며 "정부의 경제정책도 물가 안정과 소비 활성화 사이에서 균형 있는 정책수단을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자는 논의가 많은데, 최근 유가가 안정세로 돌아서고 있는데다 금리 인상은 소비 위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