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울리는 12년짜리 방카 왜 나왔나

머니투데이 김성희 기자 2008.07.29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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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왕, 보험사는 을..안팔아주면 직격탄

최근 일부 은행에서 판매되는 '법인사업자를 위한 적금마련보험'의 등장은 방카쉬랑스의 현 주소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방카쉬랑스 상품은 보험사가 은행이 판매하기 쉽게 개발한 것도 있지만 반대로 은행 측 요구를 반영한 '주문형'도 있다. 은행이 요구하는 상품은 철저히 은행의 이익에 부합하는 게 대부분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상품도 은행의 요구에 따라 개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험업계는 보고 있다. 수수료에 눈먼 은행들 '방카 바가지'

◇판매자인 은행이 왕=일부 은행에서 판매되는 12년만기 '적금마련보험'의 판매수수료는 38% 수준이다. 5년만기 상품의 수수료(20%)보다 2배 가까이 높아 방카쉬랑스 수수료로 재미를 보는 은행으로선 군침 도는 상품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은행은 판매수수료만 챙기면 되므로 가입자에게 불리한 상품 개발을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은행 요구에 의연히 대처할 보험사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은행 측이 보험회사에 요구하는 것도 다양하다. 신계약비는 그대로 두고 유지비 등 다른 사업비항목을 줄여 보험료를 낮춰달라고 주문하거나 다른 보험사와 환급률을 비교한다.



또한 은행이 특정 담보를 추가해 달라고 하거나 금리 연동형 보험의 최저 보증이율을 상향 조정해주길 바라기도 한다. 유니버설보험의 의무납입 기간은 통상 24개월로 설정되는데 은행별 요구사항을 반영해 의무납입 기간을 36개월이나 60개월 등 장기로 설정한다. 이는 유지율이 상승하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지만 은행의 '꺾기' 등에 이용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고 보험업계는 지적한다.

이밖에 변액보험의 기초서류상 운용되는 펀드가 10개인데도 자기 은행과 제휴한 자산운용사 펀드(5개)만 운용한다.

◇입 닫는 보험사=은행은 방카쉬랑스 상품을 판매해 막대한 수수료를 챙긴다. 보험사는 상품공급자고 은행은 판매하는 대리점인데도 보험사는 은행에 영원한 '을'이다. 그 이유는 보험사보다 은행이 적은 탓이다.


보험사는 최대한 여러 은행과 제휴함으로써 자사 상품을 여러 은행에서 보다 많이 판매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은행이 요구하는 조건에 부합하는 상품을 만들어 공급할 수밖에 없다.

생명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의 요구대로 응하지 않으면 창구에서 우리 회사 상품은 소개되지도 않는다"며 "생명보험의 신규계약 중 방카쉬랑스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이 20~30%인 상황에서 은행은 상전인 셈"이라고 말했다.



모든 방카쉬랑스 상품은 감독당국에 사전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상품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판매 과정에서 은행이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 '꺾기' 등의 위법형태로 흐르는 게 문제라는 것.

그러나 이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소비자가 '꺾기'를 신고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지만 은행에서 대출받는 입장에서 신고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보험사도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보험사는 은행 눈치를 보는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끼리 치열한 매출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경쟁사가 방카쉬랑스에서 좋은 실적을 올리면 우리도 은행이 요구하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모든 보험사가 똘똘 뭉쳐 이러이러한 상품은 팔지 말자고 다짐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영화가 아니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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