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칙판매' 만기 12년짜리 보험의 세얼굴

머니투데이 김성희 기자 2008.07.28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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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밑지고…최소 7년 계약 유지해야 이익
고객은 손해고…대출 미끼로 '울며 겨자먹기' 가입
은행만 배불려…판매수수료 38%, 5년짜리의 2배


"소비자를 위한 상품이라기보다 판매를 대행하는 은행의 이익을 위해 고안된 것이다. 당국의 철저한 감독·관리가 필요하다." 손보업계에서도 경고음이 나오는 '법인사업자를 위한 적금마련보험'은 방카쉬랑스의 그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은행, 땅 짚고 헤엄치기=일부 은행에서 판매하는 이 상품의 안내장을 보면 가입예시에 '100% 환급시점'이 표기됐다. 100% 환급시점은 이때 해약하면 원금이 보장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통상 보험상품의 가입예시에는 월납입금과 총납입원금, 만기환급금 등이 표기되며 100% 환급시점이 언제인지는 표기하지 않는다"며 "100% 환급시점을 표기했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말했다. 이색 판매의 배경에는 수수료가 있다. 이 상품의 판매수수료는 38%로, 5년만기 상품의 수수료(20%)보다 2배 가까이 높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대형 은행은 정도영업이라는 명분 아래 이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일부 중소형 은행에서 주로 판매한다"면서 "그러나 판매하기 쉽고 수수료까지 높은 상품을 계속 외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의 '제살깎기'=문제의 상품은 최소 7년가량 계약을 유지해야 보험사에 이익이 돌아간다.

보험상품 특성상 판매 초기에 사업비가 대거 집행되는데 사업비에는 판매수수료를 포함한 모집비용이 들어있다. 12년만기 상품을 보면 초기에 집행한 사업비를 충당하기까지 최소 7년이 소요된다. 따라서 7년 이내에 계약자가 해약하면 보험사는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보험사가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를 하는 이유는 보험사간 치열한 매출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어서다. 저축성보험은 고액계약이 많아서 매출 기여도가 높다.

올 회계연도 1분기(4~6월)에 손보사가 방카쉬랑스로 거둔 저축성보험 신계약보험료는 177억원이다. 이중 LIG손해보험이 29억원으로 선두를 달렸다. 그 뒤는 현대해상(27억원)과 동부화재(23억원)가 이었다. 전체 손보시장에서 1위를 달리는 삼성화재는 22억원에 그쳤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겉으로는 정상적인 보험상품이어서 감독당국이 이와 같은 편법영업을 적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 '울며 겨자먹기'=이 상품에 가입하는 고객도 큰 손해를 입는다. 사실 5년 후 해약하고 원금을 찾을 바에야 처음부터 5년만기 상품에 가입하는 게 더 이익이다.

보험상품은 중간에 해약하면 해약환급금이 납입액보다 적지만 저축성보험인 만큼 일정기간이 지나면 원금의 100%를 환급받는다. 그러나 5년 후 원금을 받기 위해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중소기업은 대출이라는 미끼가 있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이 상품에 가입한다.



금융계 관계자는 "이 상품의 판매가 전은행으로 확산되면 다른 손보사도 이와 유사한 상품을 개발하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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