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과 공익사이' 국민연금의 대차거래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08.07.21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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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대차거래수익 130억 '좋은 수익원' vs '공매도 부채질'

국민 재산을 조금이라도 더 불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가, 시장안전판으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외면하고 돈벌이에 급급한 괘씸한 처사인가.

국민연금의 대차거래가 도마에 올랐다. 국민연금은 상반기 보유주식을 다른 투자자에게 빌려주는 대차거래를 적극적으로 행해 130억원이 넘는 짭짤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국민재산인 연금수익을 높이기 위한 적절한 투자'라는 찬사와 '안전판 역할은 고사하고 외국인 등 매도자에게 실탄을 줘서 시장 변동성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난이 같이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 우린 증시안전판 아니다...대차거래는 좋은 수익원"
20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대차거래로 거둔 '상반기 유가증권 대여실적'은 130억원을 웃돈다. 증시조정으로 주식운용에서는 상당한 손실을 봤으나 수탁은행을 통한 대차거래로 출혈을 줄이는 모습이다.

지난해말 현재 국민연금의 보유주식규모는 33조원. 올해 상반기 지수가 20%가량 빠진 점을 감안할 때 약 26조4000억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상반기 대차거래로 130억원 넘는 수익을 올린 점을 감안할 때, 국민연금은 연간 대차거래로 전체 주식운용 자산의 0.1%에 달하는 수익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은 연금가입자들의 수익극대화를 목표로 대차거래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수수료율은 1~5%수준에서 유동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국민연금은 일각에서 기대하는 것처럼 증시급락의 '구원투수'역할은 하지 않고 있다. 연기금이 올들어 코스피 주식을 매수한 금액은 2조9200억원에 불과하다. 지난주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를 선정, 3600억원을 투입키로 하면서 '정부 입김에 연금이 투자를 시작했다'는 관측을 낳았지만 연금 측은 "일상적인 위탁투자이며, 실제 집행한 금액도 1000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대차거래는 좋은 수익원 중 하나로 보유종목별로 50%이내 한도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수수료율을 밝힐 수 없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많아지면서 수수료율은 떨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투신의 상장지수펀드(ETF)등도 보유주식 대차거래를 활발히 실시하고 있다.


◇"하락장에서 敵들에게 물량줘서 공매도 부추기기냐"
그러나 국민연금의 대차거래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 곱지 않다. 하락장에서 안전판 역할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공매도에 쓰이는 물량을 국민연금이 적극 '공급'하고 있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대차거래를 늘리면서 공매도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며 "시장안정에 나서야할 국민연금이 변동성을 높이는 공매도를 부추기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체 주식시장의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대금의 규모는 지난해 1~2%수준에서 현재 3%로 증가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미국도 주가급락을 막기 위해 공매도 규제를 도입하는 마당에 국민연금 등은 무방비로 공매도 물량을 제공하고 있다"며 "시장 변동성 억제 차원에서 적절한 수준의 규제는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미들 격앙 "공매도 폐지하라 '집단행동'까지"



공매도가 시장활성화에 도움을 준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지만,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공매도의 폐해에 대한 비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 전업투자자는 "공매도가 시장활성화를 위해 도움되긴 하겠지만 하락장에는 악재"라며 "개미들은 거의 공매도를 하기가 힘드니까 외국인이나 기관에게만 무기를 하나 더 쥐어준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공매도 폐지 주장은 집단행동으로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18일부터 다음 아고라 게시판(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56249)에서는 실제 '증권시장 병폐화 대차거래/공매도 폐지하라'를 제목의 청원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사이트는 "정부와 금감원에서 잘못된 정책을 시행함에 따라 대차거래 및 공매도 세력들에 의해 주가가 의도적으로 조작되고 있다"며 "기관과 외국인들이 짜고 치는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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