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수장들 "아찔한 외줄타기"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2008.07.15 15:52
글자크기

유동성은 줄여야겠고 무차별적 대출회수도 막아야겠고

금융당국 수장들이 유동성 흡수와 무차별적인 대출 회수 사이에서 아찔한 외줄 타기를 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최대 복병으로 떠오른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돈줄’을 죌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의 돈줄 죄기는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기업과 저신용자의 대출 회수로 이어지는 후유증을 낳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유동성은 흡수하면서 중소기업 대출이 줄어들지 않도록 하는 묘안을 찾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과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의 최근 발언을 보면 이같은 고민이 그대로 묻어난다.

전 위원장은 15일 금융위·금감원 합동 ‘하반기 금융시장 잠재위험요인 점검회의’에서 무차별적인 대출회수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금융회사들이 합리적인 분석없이 무차별적인 대출 회수에 나서는 등 지나친 위험회피는 경제 전반에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장기적인 시각에서 균형감 있고 안정저인 영업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회사들이 외형확대를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 직후에 나온 발언이다. 두 가지 모두 포기할 수 없는 정책 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김종창 금감원장의 발언에서는 절박함이 묻어난다. 은행 등 금융회사의 영업행태 등을 직접 관리 감독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 유동성 흡수가 중기대출 축소로 이어질 경우 비난을 한 몸에 받을 수밖에 없다.

김 원장은 지난 3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회사가 중소기업 대출을 무분별하게 줄이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무차별적인 대출회수에 대해서 ‘사회적 죄악’이라고까지 했다.


그는 “무차별적으로 대출을 줄이는 건 국가경제나 금융회사, 기업 모두에게 나쁜 일”이라며 “충분히 살 수 있는 기업까지 대출을 줄이는 건 사회적 죄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중기 대출 담당자의 잘못으로 전망이 있는 회사까지 대출을 회수해서는 안된다”며 “지금은 무차별적으로 대출을 줄일 시기는 아니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금융당국 수장들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은행들의 반응은 다소 냉소적이다. 시중은행 한 여신 담당자는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위험성이 높은 대출을 줄이는 것이 상식”이라며 “대출 부실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몰라도 중기 대출부터 축소할 수밖에 없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