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다 더 큰 배꼽 '유류할증료'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08.07.1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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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기 할증료 도입에 소비자 불만… 일부노선은 부대비가 더 비싸

회사원 강일곤(가명, 40세)씨는 올 여름 제주도에서 보내기로 한 계획을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여행 경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공권 가격 때문이다.

안그래도 비싼 항공료에 항공사들이 국내선에도 기본 가격 이외에 유류할증료를 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는 유류할증료가 적용되기 전까진 항공료로 1인당 9만2900원(편도, 성수기 최고요금 기준), 총 74만3200원(4인 가족)을 지불하면 됐다. 하지만 1만5400원의 유류할증료가 더해지면서 12만3200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사들이 기름값 상승에 따라 국내선 요금에도 새로이 유류할증료를 적용하면서 항공권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 (22,550원 ▼50 -0.22%)아시아나 (9,770원 ▲280 +2.95%)항공은 이달부터 발권되는 국내선 구간에 1만5400원의 유류할증료를 부과하고 있다. 유류할증료 부과로 8만8400원(공항세 포함)이던 김포-제주 주말 편도 기본요금이 10만3800원으로 17.4%나 올랐다.

유류할증료는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 가격의 등락에 따라 2개월 단위로 바뀐다.

대한항공 측은 "국내선 유류할증요금은 지난 4년간의 물가 상승분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유가 증가분만을 보전하는 수준에서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부 국제선 항공권 값은 순수 항공료보다 유류할증료 등 부대비용이 더 많아 고객들을 '아연실색'하게 한다.

항공사들이 부과하고 있는 유류할증료는 왕복기준으로 미국, 유럽 등 노선 9만2900원, 중국 동남아 등 노선 4만1300원, 일본 노선 2만700원 등이다. 이밖에 국제선에는 전쟁 보험금, 공항 이용료 등이 붙는다.



이를테면 인천-산둥성 웨이하이 노선은 왕복 티켓 가격이 12만원(7월22일까지 일요일 출발분 1주일 체류)인데, 이에 부과되는 부대비용이 22만원(한국 공항이용료 2만8000원, 중국공항이용료 1만3600원, 유류할증료 17만2900원, 전쟁보험료 5500원 등)이다. 부대비용이 항공권 순수 티켓 가격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항공 자유화가 이뤄지는 경쟁이 치열한 한·중간 초단거리 지역에서는 가격 역전 현상이 가속화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존 대형 항공사 뿐만 아니라 저가항공사들도 유류할증료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오는 23일부터 유류할증료 1만2400원(부가가치세 포함) 도입하기로 했다. 유류할증료를 포함한 제주-김포노선의 요금은 주중 7만1200원, 주말 8만원, 성수기 8만6800원이 적용된다.

이번달 취항을 준비하고 있는 영남에어도 취항시점부터 다음달 말까지 모든 노선에 1만3800원의 유류할증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국내 최초 저가항공사인 한성항공도 오는 24일(발권일 기준)부터 국내 모든 노선에 1만1000원의 유류할증료를 도입한다고 이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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