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육은 저급? 美 쇠고기 품질 논란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08.07.13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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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동결육 품질에 의문"… 유통기한 짧고 냉동 환경도 열악해

동결육은 저급? 美 쇠고기 품질 논란


미국산 쇠고기가 일반에게 다시 팔린 지 13일째.

일반 소비자의 발길이 닿을 일 없었던 수입육전문 도매업체 에이미트는 미국산 쇠고기 덕에 하루아침에 명소가 됐다. 하루에 팔리는 소매 물량만 1톤 이상.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육류수입업자들이 시판 중인 일부 미국산 쇠고기의 품질에 대해 '물음표'를 달고 있다. 적지 않은 물량이 유통 기간이 짧은 '동결육'이라는 것이다.



동결육이란 냉장육으로 보관하다 중간에 얼린 고기를 말한다. 육류업계에서는 통상 육류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물량이 남아돌 때 냉장육을 냉동시켜 판매 기간을 늘린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검역 중단을 전후해 냉동 처리된 미국산 동결육이 무려 1300톤에 달해 유례없이 많은 반면, 유통 기한은 얼마 남지 않아 유통 과정을 철저히 투명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그동안 검역 대기 중이었던 미국산 쇠고기 전체 물량의 20%를 넘는다.



냉동육의 유통 기한은 통상 2년. 동결육은 1년 미만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5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 중단조치를 취하기에 앞서 8월에도 27일간 검역을 중단했었다. 이 시기에 냉동 처리된 쇠고기라면 유통기한이 채 1개월이 남지 않은 셈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공식적으로 팔고 있는 업체들은 고기마다 냉동 시기가 다르고 보관 상태도 저마다 다른 만큼 이를 일반화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난색을 표명했다.

동결육은 저급? 美 쇠고기 품질 논란
그러나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조수현 농업연구사는 "신선할 때 냉동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이가 크다"며 "정확한 냉동 시점이 중요한데 일반 소비자들은 알 길이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쇠고기의 원산지 표기가 의무화됐지만, '유통 기한'이나 '냉동 시점'까지 일일이 표기되진 않는다.

미국산 냉장육을 냉동시킬 때 제반 환경이 좋지 못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마장동의 한 수입육 전문가는 "검역중단 당시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하려고 수입육을 컨테이너 밖으로 옮기지 못하게 한 것으로 안다"며 "이 때 발이 묶인 물량 중 일부는 결국 컨테이너 안에서 냉동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냉동용 쇠고기는 영하 40℃ 이하에서 급속 냉동된다. 반면 컨테이너에서 냉동시킬 때는 온도가 영하 20℃ 이하로 내려가기 어렵다.

미국산 동결육 역시 유통되기 전 검역을 거친다. 하지만 검역 당국은 고기의 품질이 아니라 안전성에 더 중점을 둬 검증한다. 농림수산부는 이와 관련, 동결육도 위생 면에서 전혀 문제가 없고 고기의 품질은 정부가 아닌 수입업자와 판매자가 관리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위생적으로는 문제가 없어도 냉동 조건이나 보관 상태에 따라 품질에 차이가 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냉장육을 냉동시켜도 근육 내 지방도는 바뀌지 않는다. 문제는 단백질과 지방의 산화. 여기에 육즙이 빠져 맛도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농림수산식품부의 한 사무관은 "애초 냉장육으로 들어온 것을 동결시켰으니 가격을 낮춰 파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그걸 제값 받고 판다면 소비자들의 클레임(불만)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 예정가격보다 30% 가까이 싸게 파는 것도 품질 차이로 인한 가격 조정이지 일반적인 '할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에이미트 박창규 사장은 "동결육도 저마다 냉동 시기가 다르다. 10월 초 검역 중단 직후 냉동된 것은 유통기간이 아직 3개월 가량 남아 있다. 냉동육과 동결육을 따로 구분해 파는 업체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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