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총재 "물가상승 우려" 강조한 이유

머니투데이 임대환 기자 2008.07.1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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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기대심리 없어질 때까지 개입의사 밝혀

한은총재 "물가상승 우려" 강조한 이유


금융통화위원회의 활동 반경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경제의 최대 화두가 된 물가는 금리인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하강국면에 접어든 경기는 이를 용인하지 않는다. 생산자물가의 폭등으로 소비자물가는 이제 6%대를 바라보게 됐다.

'인상-인하'가 팽팽히 맞서는 상황에서 금통위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동결' 외에 별 다른 게 없었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인상이 억제되고 있는 공공요금이 하반기에 현실화될 경우 물가는 당초 한은 하반기 전망치인 5.2%를 넘어설 수도 있어 금리인상 가능성이 무르익고 있다.



한은총재 "물가상승 우려" 강조한 이유
◇물가 상승 압력 더 '세질 듯'=이성태 한은 총재는 당초 하반기 물가상승률을 전망할 때 공공요금이 동결된다는 전제하에 산출했다고 밝혔다. 서민고통을 감안해 정부가 전기료와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고 있지만 만일 현실화가 될 경우 물가는 더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가 지난 달 "6월 물가는 5월보다 더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대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5.5%(전년 동월대비)까지 상승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물가는 이달에도 상승세를 계속할 전망이다. 소비자물가에 직접 영향을 주는 생산자물가는 지난달 10.5%(전년 동월비) 상승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최고수준까지 올랐다. 소비자물가 '6%대'가 거론되는 이유다.

이에 비해 소비 증가세는 주춤하고 설비투자는 부진을 면치 못하는 등 국내경기는 하강국면이 뚜렷하다. 무엇보다 경기활성화의 지렛대가 되는 고용사정이 꼬일대로 꼬이고 있다. 취업자는 4월 19만 명에서 5월 18만 명으로 뚝 떨어져 성장 동력도 떨어지고 있다.

'고물가, 저성장'의 상황에서 금통위의 보폭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최근 외환당국이 '융단폭격'을 퍼 부우며 환율을 끌어 내리고 있는 점은 금통위가 다소 여유를 갖고 금리변동 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고 있다. 환율하락은 수입 물가를 낮춰 국내 물가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금리 올릴까?=이 총재가 하반기 물가가 예상보다 더 오를 수 있다고 밝힘에 따라 금리인상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물가와 함께 시중 유동성의 지속적인 증가도 금리인상의 명분이다. 지난달 광의통화(M2.평잔) 증가율은 15.8%(전년동월대비)로 99년 6월(16.1%)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M2 증가율은 1월 12.5%에서 2월 13.4%, 3월 13.9%, 4월 14.9% 등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비록 6월에는 이같은 상승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지만 고물가와 넘치는 유동성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금통위 역시 시중유동성이 풍부한데도 금융기관 여신은 증가세를 계속 하고 있다고 밝혀 유동성 증가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태근 한화증권 연구원은 그 시점을 8월이나 9월로 예상했다. 박 연구원은 "(금리인상시)부동산이나 주식시장에 주는 충격도 있고 외환당국이 환 개입을 통해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동결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그러나 물가가 6%대의 불안감이 남아있고 7월과 8월에도 은행대출이 높은 증가세가 예상되기 때문에 8월이나 9월에는 한 차례 금리인상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동결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올해 말까지는 금리변동은 없을 것"이라며 "하반기부터 국제유가 오름세가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그럴 경우 정책목표가 물가에서 다시 경기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오히려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 권구훈 애널리스트도 "올해 남은 기간 동안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내다봤다.

◇환율 개입 '계속'=이 총재는 최근 환율시장에 대한 개입의사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시장에 지나친 쏠림현상이나 기대심리가 형성돼 과잉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며 "이것이 경제안정을 손상할 우려가 있다면 외환당국은 이에 대해 경고하거나 시정해 보려는 노력 정도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의 환율상승 기대심리가 있는 한 시장개입은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다만 "당국이 시장의 수급사정이나 경제의 기본 흐름을 바꾸거나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갈 생각은 없다"며 "환율을 어떤 특정 수준으로 잡아두거나 환율 정책을 통해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지면서 환율은 개장가보다 5.0원 이상 떨어지면서 999.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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