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 1500이 무너져도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7.10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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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 코멘트, 옵션만기 물량, 대차거래 변수

미증시가 최악의 양상을 보였다.

상승세가 최소한 하루는 더 이어졌어야 코스피 증시의 회생을 꿈꿀 수 있었는데 전날 상승폭보다 되레 더 떨어짐에 따라 코스피 1500선 지지를 자신하지 못하게 됐다.

다우, S&P500, 나스닥지수가 모두 2%대 급락세를 보이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4% 넘게 떨어졌다.



인텔과 시스코가 부진한 2분기 실적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면서 기술주를 끌어내렸다.

전날 기사회생했던 금융주는 또 한번 일격을 당했다.
미국 양대 모기지회사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추가자본조달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다시 제기되면서 각각 13.1%와 23.8% 폭락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메릴린치에 대한 장기투자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하면서 메릴린치 주가가 9.25% 추락했다.

이란의 미사일 시험발사 영향 때문이거나 고유가 등 상품가격 문제가 아닌 미국 자체적인 문제로 인한 주가하락이었기 때문에 증시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일이다.

신용위기와 베어마켓 영향으로 헤지펀드가 18년만에 최악의 상반기 투자실적을 기록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1990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2002년 한해 -1.45%의 평균 손실을 기록한 것을 제외한다면 올 상반기 -0.75%의 실적은 시장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 대변하고도 남는다.


2분기 어닝시즌의 첫 주자인 알코아가 예상보다 나은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2.44% 하락한 점도 불길한 징조다.
전날 LG디스플레이 (11,500원 ▲410 +3.70%)와 마찬가지로 향후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은 하반기 증시 회복에 찬물을 붓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란의 미사일 시험발사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요동치지 않은 것을 보면 유가 급등세가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도 있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의 가격 결정변수를 수급, 달러약세, 투기자금, 지정학적 요인 등 4개로 구분할 때 이번 이란의 미사일 시험발사가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요소를 탈락시킨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고유가만 안정되면 증시가 뜰 것이라는 예상이 맞아 돌아가지 않을 경우 하반기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지난 2003년 3월17일 저점인 512.30에서 지난해 11월1일 고점인 2085.45까지 상승폭의 38.2% 되돌림 레벨인 1484.51이 무너질 경우 증시 상승추세가 종말을 고했다는 선언이 확정된다.
전날 종가(1519.38) 대비 -2.3%에 불과한 가까운 레벨이기 때문에 금통위가 예정되고 옵션만기인 이날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갈 수 있다.



7조7500억원에 달한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가 얼마나 쏟아질 지 여부가 이날 최대 수급변수가 되고 있다.
증권사의 분석자료를 종합해보면 옵션만기 동시호가 때 출회될 수 있는 매물규모가 대략 4000억원선으로 추정된다.

절대적인 매물규모가 결코 적은 것은 아니지만 배당과 관련된 지난 1월물 옵션만기를 제외하고 모두 양호한 모습이었고 이날 옵션만기 이전에 계속해서 매물 부담에 대한 우려감이 확산됐기 때문에 큰 무리없이 지나갈 것이라는 게 대부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이다.

금통위 결과에 대해서는 금리 동결 예상이 지배적이며 코멘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입장이다.
6월 생산자물가(PPI)가 10.5%나 급등하며 98년 11월 10.9%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점과 최근 원/달러 환율을 하락시키고 있는 외환당국의 모습을 볼 때 물가안정의 기치가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 입장이 성장보다 물가를 중시하는 쪽으로 확실히 변한다면 현재까지 증시에 우호적이었던 금리와 유동성, 그리고 환율이 모두 증시에 부정적인 쪽으로 변할 수 있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인 정책기조가 안정을 우선하는 쪽으로 변한만큼 성장주의 모멘텀 상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성장기조와 환율 후광효과를 톡톡히 봤던 업체들은 강력한 기조변화에 따라 향후 이러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오늘 동결조치가 나오더라도 코멘트를 통해서 긴축에 대한 의지 표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끝까지 당국의 발표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23일째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의 주식순매도 행진 속에서도 외국이의 주식보유비중이 6월말 이후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외국인이 보유종목을 처분하는 것보다 대차거래를 통해 공매도하는 게 크다는 분석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공매도한 주식은 언젠가는 다시 사서 갚아야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주가 반등폭을 키우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차거래를 통한 외국인의 주식매도는 '셀코리아'의 형태라기 보다 글로벌 경기 및 금융불안에 대한 리스크 관리 차원으로 판단된다"면서 "5월16일 단기고점 이후 대차잔고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반도체/장비, 은행, 자동차/부품, 건설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추천했다.



설사 코스피지수 1500선이 지지되지 못하고 38.2% 되돌림 레벨인 1484.51까지 무너지더라도 주가가 뜨는 시점에서는 이 4개 업종이 기관이 꾸준히 매수해 온 업종이기 때문에 반등 탄력이 가장 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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