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적은 내부에 있다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7.0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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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급락으로 수출주 직격탄

허망한 하루였다. 미증시가 의미있게 오르고 국제유가(WTI)와 곡물 및 금속가격이 모두 하락하면서 반전의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판단했으나 착오였다.

1.93% 오르던 코스피지수가 0.92%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올라도 시원치 않을 판에 다시 하락세를 보임에 따라 투자심리 개선의 여지가 사라지게 됐다.



이란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이날 주가 하락 반전의 이유로 삼을 수 있다. 2.46% 오르던 대만 가권지수가 하락세로 마감했고 일본 닛케이지수도 1.93%까지 상승폭을 확대하다가 강보합권으로 장을 마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엔/달러 환율이 107.5엔에서 107.05엔으로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데 그치고 나스닥 지수선물도 소폭의 약세를 보인 것에 비추어 이란 미사일 발사에 모든 귀책사유를 묻기는 부담스럽다.



시간외 거래에서 WTI도 1달러 남짓 올랐을 뿐이다. 워낙 유가 급등 공포에 시달리는 상태기 때문에 이날 밤 유가 재상승에 대한 우려감이 커졌을 수 있겠지만 전날 급락에 비하면 이정도의 반등은 평상시라도 충분히 가능한 모습이다.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가 하락세로 돌아선 오후 1시 전후로 코스피지수가 본격적인 내림세로 접어들기 시작했는데 원/달러 환율 1000원선 붕괴와 시점이 비슷하다.

1020원대에서 횡보하던 원/달러 환율이 삽시간에 급락하면서 세자릿수로 떨어지자 시장 이목은 온통 환율에 쏠렸다.
1010원대로 반등했던 환율이 또 다시 급락, 996.0원까지 낙폭을 확대하면서 정부의 환율 낮추기 의지가 정도를 넘어선 것으로 인식되자 수출주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2.19% 오르던 삼성전자가 -3.04%로 추락하고, 3.0% 상승하며 10일 이평선도 넘어섰던 LG전자 (110,100원 ▲600 +0.55%)도 -2.15%로 급반전됐다.
어닝서프라이즈까지 기대되던 LG디스플레이 (11,500원 ▲410 +3.70%)는 급락에 대한 회복도 시도하지 못하고 -6.28%로 거래를 마쳤다.
현대차 (250,500원 ▲4,500 +1.83%)기아차 (105,600원 ▲2,100 +2.03%)도 각각 -5%와 -6%의 낙폭을 보이며 전날 저점을 하회했다.

물가를 잡기위해 환율 낮추기로 입장을 굳인 정부 정책이 수출주에 일대 타격을 가하면서 증시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환율을 올리다가 이제는 환율을 끌어내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라고 외환당국의 정책 변화를 꼬집으면서 "환율을 이렇게 끌어내리면 수출주가 버티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을 모르는 데 수출기업의 실적 전망을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며 "판단 오차의 범위를 넘는 환율 요동으로 불안감이 심화되고 있어 수출주에 대한 기피현상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직 전날 기록한 연저점이 무너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미증시에 한번 더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미증시가 계속 오르고 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면 외국인이 순매도 행진을 접을 수 있으며 코스피도 본격적인 상승무드에 돌입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주가 레벨은 언제라도 기술적 반등이 가능한 구간"이라면서 "어제 버냉키의 발언이 확실한 시그널이었기 때문에 주가 반등을 전제로 하는 전략을 수립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날 살아난 금융주보다는 미국내 제조업 실적이 보다 중요하다면서 개별 실적에 따라 증시가 계속 출렁거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1500선 지지후 반등 시작이라는 기대와 달리 미증시가 다시 하락할 경우 방법이 없다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미증시 상승세 등으로 코스피지수가 떠봐야 기술적 반등에 불과하기 때문에 추세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미증시와 유가 상황이 호전된다면 코스피증시도 동조하겠지만 기술적 반등을 넘어선 기대는 어렵다"고 단정하면서 "만일 미증시가 순항하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중국 상하이증시가 3% 넘게 오르면서 20일 이평선도 돌파하는 등 한국증시를 좌우하는 미국과 중국의 양대 증시가 모두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코스피지수 혼자 외톨이가 돼 하락을 면치 못했다는 것은 외부보다 내부 문제가 시급하다는 지적에 공감하는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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