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의 잣대를 버리고 그림을 봐라

박정수 현대미술경영연구소 소장 2008.07.2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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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미술품 투자와 감상법 / 화가와 그림값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원만 졸업하면 미술품 가격이 100만원을 넘어간다. 개인전 3~4회를 거치면 호당 10만 원에서 15만원이 되고 40세 중반을 넘어가면 호당 2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거실에 걸어둘만 한 작품 한 점 사려면 300만 원이 넘는다. 넉넉한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출혈이다.

소위 잘나가는 화가의 작품이 호당 30만원한다면 잘 나가지 못하지만 비슷한 또래의 작가 작품 역시 30만원이 되고 만다. 자유경쟁이 아니라 ‘따라 경쟁’의 작품가이다. 화가의 작품에 순위를 매길 수는 없지만 나이보고 미술품을 구매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일부 유명작가의 작품은 몇천만원에서 몇억원을 넘어간다고는 하지만 대다수의 화가들은 오늘도 여전히 생활고에 힘들어 한다. 산고의 고통과도 비슷한 생활고에 의해 좋은 작품이 탄생한다는 이상한 논리까지 생겨나게 되었다. 같은 일에 30년 이상을 종사했다면 그들의 노력에 의한 능력을 인정하여야만 한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미술품 가격이 비싸다고만 볼 수는 없다. 화가가 전시회를 한번 열려면 못해도 500만원에서 1000만원 이상의 경비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화집, 액자, 전시 행사비, 재료비 등 큰 맘 먹지 않으면 개인전 한번 열기 힘들다.



매년 전시를 하는 화가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2~3년에 한번 정도 여는 게 보통이다. 전시를 통한 작품 발표를 자주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작품 제작 기간이나 기타 비용을 생각해보면 2~3년은 준비해야만 가능하다. 개인전을 개최해도 판매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작가는 매일 가난하다. 현금이 없다. 그림을 아무리 열심히 그려도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

미술품에는 예술이 있기에 원가를 산정하기 어렵지만 순수 재료비 측면에서 본다면 10호(53㎝×45.5㎝) 한점에 대략 70만원 안팎으로 산정된다. 첫 개인전 때의 작품가격은 대체로 이 수준에서 결정된다.

여기에다 작가의 지속적인 활동과 이미지 홍보, 화랑의 적극적 마케팅으로 구매자가 활발하게 그림을 찾게 되면 그 화가의 작품 가격은 자연스레 오르게 된다. 구매자가 많으면 가격이 오른다는 시장 논리이다. 이번 주말에는 첫 개인전 하는 작가를 찾아 전시장을 다녀보자.


원가의 잣대를 버리고 그림을 봐라


표는 인사동에서 전시회를 열었을 때의 소요 비용 산출을 간단하게 설명한 것이다. 대관료를 포함한 기타 비용 등을 전시 작품 20점을 기준으로 하여 평균 가격으로 산출한 그림 한 점당 소요 금액이다(작품 제작 기간은 경우에 따라 다르며 작가 경력은 산출 기준에 적용하지 않았다).

박명선, 삶-일상의 대화 V, 33x53cm, 혼합재료, 2005박명선, 삶-일상의 대화 V, 33x53cm, 혼합재료,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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