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LSI… 해외에서 배운다

머니투데이 강경래 기자 2008.07.0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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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5부작기획-(3회)]진정한 반도체 강국 "시스템LSI 육성으로 이룬다"

인텔과 퀄컴. 미국은 물론 세계를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인 이들은 창립 초기 5~6명으로 시작해, 20~30년을 거치면서 수만명의 종업원과 수십억~수백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성장 배경에는 창조적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LSI가 중심에 있다.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는 지난해 시스템LSI 사업에서만 4조원 상당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메모리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LSI 분야에서도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이닉스 (157,100원 ▲4,300 +2.81%)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시스템LSI 일종인 CMOS 이미지센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매그나칩반도체는 국내 반도체 업계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전력반도체(파워매니지먼트IC) 분야에 진출했다.

국내 반도체설계 전문업계(팹리스) 선두주자인 엠텍비젼 (0원 %)코아로직 (3,175원 ▼35 -1.09%)은 지난해까지 4년 연속 1000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하는 등 우리나라도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시스템LSI 분야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평가다.



하지만 휴대전화와 MP3플레이어, 액정표시장치(LCD) TV 등 전 세계 전자제품 시장의 시험무대(테스트베드)로 평가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국가적 위상에 비해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시스템LSI 산업의 무게감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다.

◇시스템LSI 절대강국 미국= 미국은 인텔을 비롯해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AMD, 퀄컴, 프리스케일, 마이크론, 브로드컴, 엔비디아 등 전 세계 20대 반도체 기업 가운데 총 8개 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전 세계 시스템LSI 시장의 56%를 점유하고 있으며 반도체 설계만을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분야에서도 전 세계 69%를 차지하는 등 시스템LSI 분야의 절대강국으로 군림하고 있다.


미국이 이렇듯 시스템LSI 분야에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인력과 기술, 자본 등 시스템LSI 산업을 위한 3박자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고 잘 갖춰져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텍사스 오스틴에 위치한 세마텍(Sematech) 등 정부와 기업들이 참여하는 연구조합(컨소시엄)을 통해 차세대 시스템LSI 원천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이렇게 확보한 기술과 지적재산권을 바탕으로 시스템LSI 국제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 성공한 사업가들을 중심으로 한 벤처캐피털도 활성화돼있다. 미국은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 시스템LSI 기업들에 대한 투자 및 기업 간 인수합병(M&A)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델과 HP, 애플 등 글로벌 전자제품 기업을 비롯, 플렉트로닉스 등 전자제품을 위탁받아 생산하는 전자제조서비스(EMS) 산업의 발달로 시스템LSI를 전자제품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선택과 집중으로 성공한 미국기업 사례= 미국은 이러한 시스템LSI 산업 인프라를 토대로 인텔과 TI, AMD, 퀄컴, 프리스케일 등 글로벌 시스템LSI 기업들을 다수 배출했다. 이들 기업은 미국이라는 '비옥한 토양'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현재 각 시스템LSI 분야 선두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인텔은 1970년대만 해도 메모리반도체 업체로 분류됐다. 하지만 인텔은 1980년대 들어 일본 업체들의 거센 공격으로 인해 메모리반도체 사업을 포기하고 PC의 두뇌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 분야로 주력을 전환했다. 그 결과 인텔은 지난해 338억달러 규모의 매출을 올리는 등 전 세계 반도체 시장 1위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업계 4위인 TI 역시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반도체 이외에도 방위산업과 프린터, 통신, 소프트웨어, 노트북 등 다양한 전자 분야를 다루는 종합전자회사였다. TI는 이후 디지털시그널프로세서(DSP)와 아날로그반도체 등 일부 반도체 분야를 제외한 대부분 사업을 정리하기에 이른다. TI는 지난해 118억달러 상당의 매출 가운데 96%를 반도체 사업에서 냈다.

팹리스 업계 선두주자인 퀄컴은 미국과 우리나라 등이 채택하고 있는 이동통신 방식인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단말기에 들어가는 모뎀칩(시스템LSI)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지난해 56억달러 매출로 반도체 업계 11위를 기록한 퀄컴은 반도체 설계만을 하고 생산은 철저히 외주에 맡기는 팹리스 방식을 도입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조중휘 차세대성장동력반도체사업단 단장(인천대 교수)은 "미국은 CPU와 DSP, 마이크로컨트롤러(MCU),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AG) 등 시스템LSI 원천기술과 기반기술을 확보하고 전 세계 시스템LSI 표준을 주도하고 있다"며 "델과 HP, 애플 등 전자제품 기업들도 강세를 보이고 있어 시스템LSI를 바로 시스템에 적용하기도 수월하다"고 말했다.

◇대만의 시스템LSI 일관체제= 대만은 팹리스 업체가 개발한 시스템LSI를 받아 생산만을 하는 위탁생산(파운드리) 분야를 비롯, 반도체 조립(패키지)과 검사(테스트) 등 후공정에 이르는 시스템LSI 분업화가 가장 잘 갖춰진 국가다.

대만은 미디어텍, 노바텍, 하이맥스 등 팹리스 업체들이 전 세계 파운드리 업계 각각 1위와 2위인 TSMC 및 UMC, 패키지 분야 1위인 ASE 등과 전략적 협력 및 지분투자 등을 통해 연간 매출 1조원 이상을 달성하고 있다.



대만은 정부 차원에서 시스템LSI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선 결과, 현재 전 세계 팹리스 시장의 21%를 점유하면서 미국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전 세계 파운드리 업계 70% 이상을 점유함으로써 팹리스에서 파운드리, 패키지에 이르는 안정적인 시스템LSI 일관체제를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대만은 EMS 시장의 39%를 점유하고 있는 폭스콘 등을 통해 반도체 분업화로 완성된 시스템LSI를 전자제품에 발 빠르게 적용할 수도 있다. 이 밖에 고성과급과 병역특례제도 등 연구원에 대한 우수한 보상체계로 시스템LSI 분야로의 인력 유입도 원활하다.

차동형 지식경제부 반도체디스플레이과 과장은 "미국은 인력과 기술, 자본 등 시스템LSI 산업 인프라가, 대만은 팹리스에서 파운드리, 패키지, 테스트에 이르는 시스템LSI 일관체제가 잘 갖춰져 있다"며 "일본은 전자제품 시장에서의 강세가 시스템LSI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차 과장은 "반면 우리나라는 휴대전화와 LCD TV, 자동차 등 전자제품 분야에만 강세를 보이고 있고 여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시스템LSI 분야는 약하다"며 "시스템LSI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략적 접근과 함께, 전자제품과 반도체 업체들 간 교류와 협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오동희 팀장, 김진형 기자, 강경래 기자, 김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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