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Insight]글로벌 인플레와 亞위기

더벨 김태완 대구은행 프랍트레이더 2008.07.0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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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6월30일(16:26)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지난 6월 11일, 베트남통화 동(VND)의 갑작스런 절하가 있었다.



단 하루 만에 일 년간 변동성만큼 오른 환율은 베트남 경제뿐 아니라 인접 국가에 위기 전조등이 켜진 것으로 인지되며 지난 3월 극적인 하락 이후 회복추세에 있었던 아시아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의 투자심리를 자극해 순매도 전환의 분수령이 되었다.

베트남 동의 갑작스런 절하는 수년간 베트남의 성장모델에 매력을 느껴 들어왔던 핫머니들이 최근 견디기 힘든 인플레이션이란 복병을 맞아 경제위기감이 점증하자 유출되면서 절하압력이 이어진 것이다.



지난 2003년 이후 아시아 경제권은 IMF를 극복하고 중국과 인도 등 거대 인구국가의 경제발전 수요에 힘입은 고성장세 지속과 달러가치 약세의 대안 투자매력으로 선진국 투자자금 러시가 이어지며 투자의 ‘엘도라도’로 인식되어 왔다.

이들 국가의 통화는 지난 90년대말 이후 후유증에서 벗어나 이러한 핫머니들의 유입자금 러시로 매년 절상압력을 받아왔다. 또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지속해 온 중국의 이들 국가에 대한 교역규모가 커지면서 무역수지 또한 견조하게 흑자를 기록해 무역수지와 자본수지가 동시에 증가하며 이들 국가의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의 호황기를 견인해왔다.

이런 흐름이 깨진 것은 지난해 여름 미국 투자은행들이 서브프라임 부실채권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 알려진 이후다.


지난 수년간 수익성 게임에 몰려있던 글로벌 자본은 이제 리스크에 민감해지기 시작했고 서브프라임과 미 금융권의 부실의 끝없는 나락은 달러 가치의 심각한 의문을 야기했다.

지난 7월 이후 금과 석유, 유로의 차트를 보면 드라마틱한 상승세를 지속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점차 부실해지는 미 금융권에 계속적인 수혈을 책임지는 미 연준리(FRB)에 대한 의구심이며 또한 기축통화 화폐가치의 불신의 다름 아니다.



과거 완만한 달러가치의 하락이 미국으로부터 이머징마켓의 자금유출을 견인했다면 지금은 달러가치 즉 화폐가치와 금융체계에 대한 불신이 극한 상황으로 이어지면서 상품과 대체 선진국 통화로의 이동이 뚜렷해지고 있다.

물론 중국 등 이머징마켓의 성장세에 따른 상품의 지속적 수요 증가 전망이 기초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달러자체에 대한 신뢰상실, 즉 기축통화 가치에 대한 불신에 따른한 유동성의 화폐에서 상품으로의 엑소더스는 최근 유가 등 상품가격의 급격한 상승추세의 본질적 배경이 아닌가 생각한다.

미국은 전세계 부(富)를 50% 이상 소유하고 있는데 그 부는 아주 소수의 자산가들이 소유하고 있다. 그들이 그들 국가의 금융부실에 대한 우려와 화폐가치의 보존능력에 심각한 회의를 느낀다면 그들은 부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상품과 타 선진국의 대안화폐에 대한 급증된 수요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과 실질금리 마이너스 현상은 부의 가치를 지키려는 유동성의 금융에서 실물로의 전이를 상징한다.

이러한 달러의 신뢰 상실과 석유 등 상품의 급격한 상승세는 미국 서브 프라임 채권위기가 미국 상당수 은행권 부실로 이어져 있다는 걸 인지하게 된 올해 초에 접어들며 강화됐다.

문제는 최근 이러한 달러가치 신뢰상실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 위기가 그간 새로운 자본주의의 성장모델로 자리 잡은 이머징마켓, 특히 자원이 부족하고 인구가 과다한 아시아경제권에 새로운 리스크로 대두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에 비해 자원이 부족한 아시아 경제권은 상품 인플레이션이 어느 선을 넘어서기 시작하자 무역수지의 갑작스러운 적자전환을 야기했다. 이를 우려해 그간 과도하게 수년간 유입되었던 핫머니는 자연스러운 유출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아시아 통화의 경상수지 적자전환에 따른 절하압력은 높아진 인플레이션 리스크와 결합돼 금리상승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금리상승압력은 내수의 침체와 부동산침체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97년 아시아의 위기이후 아시아 각국 정부는 충분한 외환보유고를 쌓아왔다. 그리고 위기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축척해왔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의 호황으로 과도한 유동성의 유입이 있었고 지금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심각한 물가상승을 야기하여 빈곤층의 생계불안의 고통을 야기하고 있다. 경제적 위기가 정치적 위기로까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생계형 소요사태는 최근의 높아진 이들 국가의 거시경제 리스크와 결합, 이들 정부의 리더십의 위기로 비추어지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궁극적으로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지기 마련이고 디플레이션은 언젠가 과도한 상품가격의 몰락을 예고한다. 과도하게 진행됐던 상품가격의 몰락, 글로벌 적정소비와 생산의 균형으로의 회귀는 이번 위기의 본질적인 해소 국면이 조만간 도래할 수밖에 없다는 믿음을 가지게 한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라는 망령과 함께 10년만에 아시아로 다시 돌아온 새로운 위기는 97년 험난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으로 각광받은 아시아 성장국에게 새로운 시련의 시기가 왔음을 암시한다.



문제는, 상품 버블이 붕괴되기 전까지 아시아 성장 국가들이 이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97년과는 달라진 아시아 국가들의 체력을 믿어볼 일이다.

[Market Insight]글로벌 인플레와 亞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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