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동성의혹 복제약 공개, 제 발등 찍은 의협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2008.06.3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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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동등성시험(생동성시험)의 문제점 알리겠다며 자료 불충분으로 약효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복제의약품 576개를 공개발표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공개한 의약품 중 대부분이 단순 자료가 불충분한 것일 뿐 약효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 의협 스스로도 공개된 의약품 중 90% 이상이 안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힐 정도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8일 '성분명처방, 과연 국민을 위한 제도인가' 토론회를 열고 2006년 발생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자료 조작사건 관련, 당시 자료가 충분하지 않거나 검토가 불가능했던 복제의약품 576개를 공개했다.

생동성시험이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는 만큼 그 결과를 토대로 성분명 처방을 실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리겠다는 취지였다.



생동성시험이란 '오리지널'약과 복제약의 약효가 같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실시하는 시험이다. 정부는 의약분업을 실시하면서 복제약에 대해 이 같은 시험을 거치도록 했다.

하지만 식약청은 이들 중 상당수가 단순자료가 불충분한 것일 뿐 조작은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식약청은 이들 품목을 지난해부터 재평가하고 있으며, 그 결과 대부분의 의약품이 조작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생동성시험을 조작해서가 아니라 조작사건이 발생할 당시 생동성 인정관련 자료를 보관할 의무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의협 스스로도 이번에 공개한 576개 복제의약품 중 90% 이상이 안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회원의사들에게 '자료가 없어 약효가 확인되지 않은' 576개 품목에 대해 처방하지 말 것을 권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지난28일 토론회에 참석한 개원의들도 이번 공개가 진료현장에서의 약 처방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한 의사는 "약효가 없는 것도 아니고 부작용이 일어난 것도 아닌 상황이라 지금까지 처방하던 약들을 바꿀 생각은 없다"며 "환자들이 문제 삼지 않는다면 기존 처방을 유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개로 타격을 입는 것은 제약업계보다 의사들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다른 한 의사는 "환자들이 찾아와서 왜 약효가 확인되지 않은 약을 지금까지 처방했느냐고 물으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며 우려했다. 의협이 제 발등을 찍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이번에 공개된 의약품 중에는 연간 매출액이 100억원을 넘는 한미약품의 고지혈증치료제 '심바스트' 등 개원가에서 자주 처방되는 품목이 대거 포함돼 있다. 서울시약사회도 성명을 통해 "의협의 주장처럼 576개 품목이 생동성시험 조작의혹이 있는 것들이라면 왜 지금까지 계속 처방했었냐"며 "그동안 처방해온 이유를 먼저 설명하라"고 주장했었다.

대부분의 품목이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까지 의협이 576개 품목의 공개를 강행한 이유는 성분명 처방제도 도입에 있다.

'성분명처방'이란 특정 의약품이 아니라 성분을 처방, 약의 브랜드는 환자나 약사가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따라서 같은 성분의 약끼리 약효가 같다는 사실이 전제가 돼야 하며,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생동성시험이다.



정부는 값싼 복제의약품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이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17일부터 국립의료원을 통해 20개 성분(32개 품목)에 대한 시범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시범사업은 30일 마감, 12월까지 평가를 거쳐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의협은 성분명처방제도에 대해 "의약품의 처방은 환자의 상태와 의약품의 특성을 고려해 의사가 결정해야 한다"며 "약의 전문가는 의사"라고 주장해왔다. 약사에게 의약품 선택권이 넘어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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