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임금내용' 빠진 희한한 임단협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2008.06.30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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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위기를 기회로]-<상> "정치파업은 노사모두에 毒"

"올해는 임금만 다루는 임단협을 진행하면서 임금에 대한 논의도 못했다."

윤여철 현대차 (250,500원 ▲4,500 +1.83%) 사장의 하소연이다. 그는 26일 현대차 노동조합이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가자 "우리와 무관한 문제들로 인해 불과 2주 사이에 두 번이나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치르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노사의 이런 모습에 고객들의 실망이 얼마나 클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지 걱정스럽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부턴가 민주노총의 주력부대가 된 현대차 노조원들 가운데서도 회의론이 번지고 있다. 세계 자동차 업계 `빅 5` 목표를 세워놓고 있으나 생산성 등 경쟁력은 크게 뒤처져 있는 현실을 누구보다 그들 스스로 잘 알고 있다.



민노총이 주도했던 '쇠고기 총파업'에 현대차 노조원들이 부결표를 던진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가 1987년 출범한 이후 21년만에 처음으로 파업이 부결된 것은 그만큼 눈 앞에 닥친 현실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세계 자동차업계가 불황을 맞고 있는 때에 파업을 벌이는 것이 회사와 노조원들에게 모두 독약이 될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됐다.

고유가 앞에선 GM도 토요타도 무력



국제 유가가 최근 130달러대를 넘어섰고 철광석은 2005년 이래 최고의 인상폭을 기록하는 등 세계 자동차업계가 마주한 현실은 만만치 않다. 씨티그룹은 자동차업계가 15년래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미국의 경우 올들어 자동차 판매가 5개월 연속 감소했다. GM은 고유가와 판매부진으로 6년간 무이자 할부판매라는 극약처방을 내놓았다. 토요타는 올해 미국 시장 판매 목표량 264만대를 달성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히면서 목표를 하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토요타에 비해 조립생산성이 60% 수준에 불과한 현대차로서는 노사간 협력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도모해 세계 자동차업계의 침체국면에 대응해 나가야 할 처지인 셈이다.


노조원들도 이같은 세계 자동차업계의 사정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있다. 노조 홈페이지게시판에 "고유가에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어려운 시기에 정치파업은 왜 하는지 한심스럽다"거나 "산별노조 탈퇴하자"는 의견이 개진되는 것은 이를 반영하고 있다.

한국만 거꾸로 가는 산별노조



이처럼 정치파업에 비판적인 조합원들의 여론이 비등하자 현대차 노조는 "파업은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할 것"이라며 "현대차만 앞장서는 투쟁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현대차 노조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산하의 한 지부라는 데 있다.
금속노조는 전체 조합원 15만명 중 4만4000여명으로 전체 금속노조의 약 30%를 차지하는 현대차와의 산별 교섭을 관철시켜 노사관계의 틀을 바꿔 놓으려 하고 있다.

이같은 구조 속에서 현대차 노조가 제아무리 무분규, 무파업을 선언해도 금속노조 수준에서 파업을 강행하면 따라갈 수 밖에 없다.



윤해모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노조위원장)은 "현대차 노조는 금속노조로 재편됐고 금속노조의 결정이 곧 우리의 결정"이라는 말로 이같은 입장을 대신했다.

얻을 것은 교리, 잃을 것은 실리

금속노조는 그동안 현대차 노조 등 완성차 노조를 투쟁동력으로 삼아 산별 중앙교섭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인식 아래 중앙교섭, 대각선교섭 등을 현대차 등 사측에 요구하며 임단협을 진행했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달 29일부터 노사가 6차례 임협을 위한 대각선 교섭을 벌였다. 그러나 금속노조가 비정규직 단계적 정규직화 등 중앙교섭 의제를 고집하면서 임금과 관련된 협상은 해 보지도 못한 채 현대차 노조가 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했다.

완성차 업계의 한 임원은 "조합원들의 실질적인 근로조건을 개선하기보다는 민노총과 금속노조 등 산별노조를 이끄는 상급단체의 정치적 이해타산이 우선하기 때문에 산별체제에서는 기업과 조합원들만 모든 부담을 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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