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보다 피해구제법 아는 것이 '힘'

머니위크 이재경 기자 2008.06.2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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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씨는 백화점에서 신발을 구입했으나 집에 와서 보니 색상과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바꿔야겠다는 마음만 먹고 바쁜 일정으로 백화점에 다시 가지 못했다. 그러다가 일주일이 넘은 후 신발을 산 백화점을 찾았더니 백화점의 답변은 '교환불가'였다. 교환기한이 넘었다는 답변이었다.

신발이나 의류는 구입후 7일 이내에 교환이 가능하다. 이 기간을 넘기면 교환이 안된다. 신발의 경우 착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도 있다.



이런 기준은 모두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기준은 사업자와 소비자 간 분쟁해결의 가이드라인이라 할 수 있다. 소비자기본법에 의해 규정돼 있다.

의류의 경우 백화점 불빛 아래에서 본 색상과 집에 돌아와 자연광에서 본 색상이 달라 바꾸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많다. 교환기준을 정확히 숙지하고 있어야 소비자 권리를 찾을 수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알아야 권리주장할 수 있어

원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옛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가 운용하고 있었으나 올해 2월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소비자기본법 소관부처가 공정거래위원회로 통합되면서 공정위가 본격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기본법에 의해 소비자기본법 시행령에 '일반적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별표로 명시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품목별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공정위 고시로 발표하고 있다.


이 기준에 명시된 업종은 결혼정보업, 고시원운영업, 신용카드업, 여행업, 휴양콘도미니엄업, 운수업, 예식업 등 매우 다양하다.

품목별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총 127개 업종, 563개 품목에 대해 수리ㆍ교환ㆍ환급의 조건 및 위약금의 산정 등 분쟁해결을 위한 세부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또 70여개 물품에 대해 품질보증기간 및 부품보유기간을 규정하고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종전 '소비자피해보상규정'이 명칭변경된 것이며 내용은 종전과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우리가 구입하는 모든 물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구멍가게에서 사는 껌 한 통, 우유 하나에도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의거 교환 및 보상 받을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경우 무상수리가 가능한 품질보증기간 기준은 차체 및 일반부품은 2년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주행거리가 4만㎞를 초과한 경우에는 기간이 만료된 것으로 하고 있다.



반면 원동기(엔진) 및 동력전달장치는 3년 이내로 보증기간이 더 길고 기간만료 주행거리도 6만㎞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엔진이나 변속기가 고장난 경우 2년이 넘거나 4만㎞를 초과했다고 해서 수리에 대한 청구를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것.

정부는 올 하반기 중 전자제품 및 가구류 등 39개 제품의 품질보증기간 및 부품보유기간을 개정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전기장판의 경우 품질보증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고 내비게이션이나 비데 등 품질보증기간이 없던 품목은 보증기간을 신설하게 된다. 또 세탁기와 가스렌지 등의 경우 부품보유기간도 늘릴 방침이다.

◇집단적인 분쟁조정도 가능



최근 분양 카탈로그와 다르게 시공한 한 건설사에 배상책임을 물게 한 사건이 있었다. 그곳은 서울 가락동 소재 송파 성원상떼빌 주상복합아파트. 이곳 소유자 219명이 제기한 집단분쟁조정 신청에 대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소비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

거실마루가 '천연 산림향이 우러나는 원목온돌마루'라고 광고했으나 실제로는 '온돌마루'를 시공했다는 것이다. 결국 성원건설은 시공원가의 차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가구별로 93만7000원에서 220만1000원을 지급해야 했다.

이밖에 발코니 확장공사 후 결로 발생, 주민공동시설 미설치 등에 대해서도 소유자들이 배상을 받게 됐다.



이렇게 단체로 분쟁조정신청을 하는 것을 '집단분쟁조정'이라고 한다. 다수의 소비자에게 같거나 비슷한 유형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 한국소비자원 내에 설치된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 일괄적으로 분쟁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품 등으로 인한 피해가 같거나 비슷한 유형으로 발생한 소비자의 수가 50명 이상이고 사건의 중요한 쟁점 (피해의 원인이나 결과)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공통돼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신청은 국가, 지방자치단체, 한국소비자원 또는 소비자단체, 사업자가 조정위원회에 집단분쟁조정의뢰서 및 신청서를 서면으로 제출하면 된다. 조정이 성립되면 그 조정내용은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있다. 일반분쟁조정 사건과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즉 민사소송법상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조정이 성립된 후 당사자 일방이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법원으로부터 집행문을 부여받아 강제집행을 할 수도 있다.

공정위측은 "지난 해 소액다수피해가 발생하는 소비자문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집단분쟁조정제도를 시행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소비자의 피해에 대해 금전보상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도록 소비자집단분쟁조정제도를 운영할 방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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