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목폭행 피해자 아들 "이게 민주공화국이냐"

머니투데이 조홍래 기자 2008.06.2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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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올라온 엄비오씨의 글↑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올라온 엄비오씨의 글


23일 오후 '공영방송 지키기' 1인 시위를 벌이다 보수단체 회원들에 폭행당한 50대 여성의 아들이라고 밝힌 이가 인터넷에 심경을 밝혔다.

중국 장춘에서 유학중이며 자신의 이름은 엄비오라고 밝힌 그는 24일 새벽 2시44분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어머니가 입원한데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엄씨는 “밤 9시 정도 어머니한테 전화가 와서 1인 시위 중 보수단체 남성들에게 구타를 당해 병원이라고 한다”며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만 가지 생각 중에서 창피하게도 시위현장에 있던 엄마를 원망했다”며 “지금은 그렇게 소리 내 외칠 수 있었던 어머니를 참으로 존경한다”고 밝혔다.



이어 “어머니에게 들은 상황설명과 기사들을 보니 상황이 가관”이라며 “이것이 정녕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이냐”고 말했다.

그는 “당장 구타한 사람을 찾아 보복할 수도 없고, 아픈 엄마를 보지도 못한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했다.

◇다음은 피해자의 아들이라는 엄비오씨의 글 전문


안녕하십니까. 저는 현재 중국 장춘에서 유학중인 피해자 아들 엄비오 라고 합니다.

중국 현지 유학생들에게도 미국소 수입과 촛불시위는 큰 이슈입니다.

TV로... 인터넷으로... 현재 한국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실시간으로 접하고 친구들과도 토론하기도 합니다..

당장 촛불시위현장 안에 뛰어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고국과 멀리 떨어져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부모님들은 달랐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정당치 못한 일에 대해서 결코 쉬쉬 할 분들이 아니시라는 걸 저는 그 누구 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촛불시위 현장에서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는 부모님들이 저는 걱정반... 부러움반... 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23일 오전 방학기간 귀국 문제로 어머니와 통화중 엄마는 "지금 시위 현장이라 길게 통화는 못할 것 같고.. 오후에 다시 전화할게" 라고 하시며 전화를 끊고 몇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밤 9시(중국현지시간)정도가 되어서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 내용은... 1인 시위중 보수단체 남성들에게 구타를 당하여 병원이라는 겁니다.

그때도 길게 통화할 사정이 아니어서 그렇게 전화는 끊어졌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습니다.

'엄마가 남자들에게 구타를 당했어','엄마가 지금 병원에 계셔','엄마가 맞았다고...'

수만 가지 생각 중에서 참으로 창피하게도 시위현장에 있었던 엄마를 원망했습니다.

'엄마가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면 구타당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엄마가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면 나는 이렇게 분노하지 않았을 것인데' 라고 말이죠. 참으로 부끄럽고 무식한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소리내어 외칠 수 있었던 49세의 어머니를 참으로도 존경합니다.

그렇게 컴퓨터를 켰고 아고라와 인터넷 뉴스에 올라온 글로만 당시 상황이 어떠하였는지를 알수 있었습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새벽에 병원에 입원중인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죠.

힘없는 엄마 목소리를 들으면서 참으로 그 감정은 뭐라고 말할 수 없겠네요.

그제서야 직접 엄마한테 상황설명을 들을 수 있었고 들은 이야기들과 뉴스기사를 보니 상황은 더욱 가관이더군요.

교회 목사와 각목 그리고 고엽제전우회들, 경찰과 피의자의 훈방조치.

이것이 정녕 대한민국 민주 공화국입니까???????

분통하고 억울해서 참으로 힘듭니다.

당장 한국으로 갈수도 없고, 당장 구타한 사람들을 찾아내서 똑같이 각목과 주먹과 발로 보복할 수도 없었고, 당장 아픈 엄마를 보지도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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