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제약업, 일본을 배워라"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08.06.23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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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투자證 "신약개발·해외수출·M&A로 성장한계 극복" 주장

국내 제약시장의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국내 제약사들이 일본의 사례를 통해 중장기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일본의 제약업체들이 내수시장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성장한 만큼 이들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혜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3일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제약업체는 약가 인하정책으로 인한 내수시장 성장의 한계를 신약개발, 해외시장 진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극복해 냈다”며 “이를 통해 국내 제약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어떤 전략을 펴야 궁극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지 찾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건강보험재정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약가 인하 정책을 펴면서 국내 제약사들은 약가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한미FTA(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다국적 제약사들의 오리지널약의 특허권은 강화되게 된다. 이는 제네릭(복제약)을 주로 판매해온 국내 제약사들의 입지가 좁아짐을 의미한다.

이같은 상황은 일본이 이미 겪었던 것이다. 1970년 이후 고령화가 상당기간 진행되는 기간 동안 일본 정부는 건강보험재정 만성 적자에 시달렸다. 이에 따라 1980년대 중반부터 일본 제약시장 내 약가규제 변수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198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일본 정부는 2년마다 약가인하를 시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본 제약사들은 지금까지도 성장 축소와 마진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이런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자본력이 있는 일본 상위제약사들은 연구개발(R&D)투자 확대와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이를 통해 1990년대 들어 주요 일본 제약회사들은 미국과 유럽시장에 자제 개발한 신약을 미국과 유럽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일본 제약사들은 이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재투자해 후속 신약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확보해 갔다. 일부 제약사들은 해외 현지 판매법인을 설립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영역확장에 성공했다. 대표적인 제약회사들이 다께다제약과 에자이제약 등이며, 이들은 현재 글로벌 제약시장 선두그룹에 속해 있다.

일본 제약사들의 적극적인 M&A전략도 주목할 만하다. 글로벌 영역 확장을 통해 벌어들인 재원을 통해 일본 제약사들은 국내외 제약사에 대한 적극적인 M&A를 시도한다. 이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신약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들에 힘입어 약가인하라는 규제 변수로 시장대비 줄곧 할인거래되어왔던 일본 제약업종은 최근 몇 년간 시장 대비 20~30%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혜린 애널리스트는 “국내 일부 대형제약사들이 이제 해외시장 진출을 시작하는 만큼 막연한 기대감을 갖기는 이른 시점”이라며 “일본의 성공사례를 통해 국내 제약사가 중장기적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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