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와 盧가 만나다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8.06.20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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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의 여의도 편지]

편집자주 별명이 '제비'입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릅니다. 친구들이 그렇게 불렀습니다. 이유도 명확치 않습니다. 이름 영문 이니셜 (JB) 발음에 다소 날카로운 이미지가 겹치며 탄생한 것 같다는 추측만 있을 뿐입니다. 이젠 이름보다 더 친숙합니다. 동여의도가 금융의 중심지라면 서여의도는 정치와 권력의 본산입니다. '제비처럼' 날렵하게 서여의도를 휘저어 재밌는 얘기가 담긴 '박씨'를 물어다 드리겠습니다.

# MB와 盧가 만나다.

이명박(MB)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났다. 취임식 이후 넉 달 만이다. 그 때와 비교하면 둘의 처지는 천양지차다.

쓸쓸히 퇴장했던 전직 대통령의 인기는 급상승했다. 그가 머무는 봉하 마을은 '명소'가 됐다.



반면 MB는 끝 모를 추락을 경험 중이다. 지지율 추락 면에서 노 전 대통령은 '선배'다. '소통 부재' '독주'의 비판도 앞서 받은 바 있다.

그런 그에게서 MB는 어떤 조언들 들었을까. 대화록을 재구성했다.



# MB와 盧, '지지율'을 얘기하다.

盧 : 지지율이 많이 떨어졌지요.

MB : 그렇습니다. 12%, 7%도 나오데요.


盧 : 저도 낮은 지지율 때문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임기 반환점을 돌 때 29%였습니다. 그 정도 지지도를 갖고 국정을 운영하는 게 책임정치의 뜻에 맞는 것인지 고민했습니다.

MB : 국정 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지는데 무슨 고집을 부리겠습니까. 각계각층 지도자분들이 충고하셨습니다.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국민들께 털어놓고 이해를 구하라"고 말입니다.

盧 : 저는 '우리가 29%짜리 대통령과 함께 우리의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것에 대해 국민적 토론이 필요하다'고 제안을 한 적이 있습니다. 회견 대신 국민과 직접 대화를 했죠.

MB와 盧가 만나다


# MB와 盧, '촛불'을 얘기하다.

MB : 지난 6.10 촛불 집회 때 청와대 뒷산에 홀로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봤습니다. 시위대 함성과 함께 제가 오래전부터 즐겨 부르던 '아침 이슬' 노래 소리도 들었습니다.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자신을 자책했습니다. 수없이 제 자신을 돌이켜봤습니다.

盧 : 저도 그 곳에서 촛불을 본 적이 있습니다. 4년 전이죠. 거대한 촛불의 물결이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렇게 수준 높은 시민들을 상대로 정치를 하려면 앞으로 누구라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상황이 된 것 같습니다.

# MB와 盧, '민심'을 얘기하다.

盧 : 예전에 누가 묻더군요. '백성은 군주의 하늘'이라는 말을 인용하면서요. 삼봉 정도전 선생의 말이죠. 저도 한때 삼봉 선생을 본받아보겠다는 생각을 한 적 있어요. 그런데 그 선생의 업적이 워낙 탁월해 그 생각을 포기했죠(웃음).

MB : 결국 민심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것이군요.

盧 :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백성이 항상 옳은 쪽에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역사에서 백성은 항상 옳은 결론으로 걸어갔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그것이 항상 옳은 쪽에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역사 속에서 구현되는 민심과 그 시기 국민들의 감정적 이해관계에서 표출되는 민심을 다르게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MB와 盧가 만나다
#MB와 盧, '민심 거역'을 얘기하다.

盧 : 저는 민심을 거역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MB : 그건 너무 나간 것이 아닐까요.

盧 : 민심이라고 해서 그대로 수용하고 추종만 하는 게 대통령이 할 일은 아닙니다. 쫓겨나더라도 간언하고 소신에 따라 일하는 게 올바른 신하 아닙니까. 대통령은 국민의 신하입니다. 욕을 먹더라도 필요하면 간언을 해야죠. 저는 '과감한 거역'을 했죠.

MB : 저는 '국민을 섬기는 대통령'을 강조했습니다. 대선 공약이었던 대운하 사업도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盧 : 그런가요. 그런데 어제 회견에서 재협상은 안 된다고 하시던데요. 그건 민심인가요 아니면 거역인가요.

P.S)둘의 만남은 '가상'이다. 그렇다고 창작의 산물은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2005년 8월 국민과의 대화 내용을 토대로 했다. MB의 경우 18일 특별기자회견 내용과 최근 전해진 심경 등을 고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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