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시스템LSI'인가?

머니투데이 강경래 기자 2008.06.2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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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5부작기획-(1회)]진정한 반도체 강국 "시스템LSI 육성으로 이룬다"

우리나라 부동의 1위 수출 품목인 반도체. 특히 삼성전자 (78,600원 ▲1,200 +1.55%)하이닉스 (190,400원 ▲500 +0.26%)반도체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20% 가량을 차지,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각각 1위와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면 반도체 시장의 나머지 80% 정도를 차지하는 시스템LSI(Large-Scale Integration: 대규모 집적회로) 분야는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미개척 분야로 남아있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기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도 이 때문에 제기된다.



결국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한층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스템LSI 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런 관점에서 머니투데이는 우리나라 시스템LSI 산업의 현황과 함께 육성의 필요성 등을 5부작 시리즈를 통해 심층 분석한다. (편집자 주)

◇반도체 80%는 '불모지'= LCD TV와 컴퓨터, 냉장고, 에어컨, 휴대전화, MP3플레이어 등 다양한 전자제품에 필수로 들어가는 시스템LSI 분야는 인텔과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르네사스, 인피니언, 퀄컴 등 해외업체들이 관련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휴대전화와 MP3플레이어 등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한국산 휴대단말기(모바일)를 두고 '껍데기만 한국산'이라는 멍에가 따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시스템LSI는 메모리반도체를 비롯한 개별반도체(discrete) 등을 제외한 대부분 반도체를 통칭하는 말로 시스템온칩(SoC, System on Chip) 혹은 시스템반도체 등으로도 불린다. 그동안 메모리반도체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비(非)메모리라는 표현을 사용해 왔지만 최근 이를 시스템LSI로 바꿔 부르는 추세다.

시스템LSI는 반도체가 메모리처럼 정보를 저장하는 등 하나의 기능만을 담당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전자제품을 구성하는 다양한 반도체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시스템LSI는 대부분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소품종 대량생산에 의존하는 메모리반도체에 비해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때문에 미국, 유럽, 일본, 대만 등의 업체들은 일찍부터 시스템LSI 분야를 키우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각각 컴퓨터와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시스템LSI에 집중해 선두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인텔과 퀄컴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 (97,600원 ▼300 -0.31%)가 휴대전화와 MP3플레이어 등 전 세계 휴대단말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정작 여기에 들어가는 시스템LSI는 외국산 일색이다. 때문에 최근 하이닉스가 시스템LSI의 일종인 CMOS 이미지센서 사업에 진출하는가 하면 삼성전자가 시스템LSI 사업을 강화하는 등 국내 기업들이 뒤늦게나마 시스템LSI 분야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시스템LSI 산업 "움트다"=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시스템LSI 사업을 본 궤도에 올려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구동칩 ▲CMOS 이미지센서 ▲스마트카드칩 ▲미디어프로세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등 시스템LSI 5대 일류화제품을 선정하고 투자를 집중했다. 그 결과 이미지센서를 제외한 4가지 분야에서 순차적으로 업계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최근 ▲디지털TV 칩셋 ▲메모리카드 컨트롤러 ▲광스토리지 반도체 등 3개 품목을 추가하면서 시스템LSI 8대 일류화제품 체제로 재편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LSI 사업에서 연간 20% 성장을 이어간다는 목표다.

하이닉스는 CMOS 이미지센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지센서는 카메라폰과 디지털카메라 등에 들어가 디지털필름 역할을 담당하는 반도체 부품이다. 이미지센서는 카메라폰 등에 이어 자동차와 의료기기, 보안카메라 등으로 적용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하이닉스는 최근 반도체설계 전문기업(팹리스)인 실리콘화일 (0원 %)을 인수해 이미지센서 사업화를 앞당기고 있다. 하이닉스는 또한 휴대전화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피델릭스 (1,556원 ▼22 -1.39%)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을 포함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는 등 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이닉스로부터 분사한 시스템LSI 전문업체인 매그나칩반도체 역시 디스플레이구동칩과 이미지센서, 반도체 위탁제조 분야 등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매그나칩은 페어차일드와 온세미컨덕터, 비샤이 등 해외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전력반도체(파워매니지먼트IC)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시스템LSI 분업화도 '안착'= 우리나라가 휴대전화와 MP3플레이어 등 휴대단말기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움직임에 따라 휴대단말기에 들어가는 시스템LSI만을 전문으로 개발하는 반도체설계기업 역시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또한 반도체설계기업으로부터 제품을 받아 생산만을 담당하는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와 함께 반도체 조립(패키지)과 검사(테스트) 등을 담당하는 반도체 후공정업체 등 이른바 반도체 분업화가 우리나라에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엠텍비젼 (0원 %)코아로직 (2,755원 ▼100 -3.50%), 텔레칩스 (22,450원 ▼250 -1.10%), 실리콘화일 등 국내 반도체 설계기업들이 최근 3∼4년 동안 급성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엠텍비젼과 코아로직은 휴대전화에 특화된 시스템LSI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1000억 원 이상 매출을 기록하면서 우리나라 반도체설계업계를 이끌고 있다.

MP3플레이어 시스템LSI부문 강자인 텔레칩스는 반도체 적용범위를 휴대전화와 개인휴대형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 카오디오 등으로 확대하면서 올해 첫 1000억 원 이상 매출을 전망하고 있다. 실리콘화일과 픽셀플러스는 이미지센서 분야에, 티엘아이 (5,800원 ▼10 -0.17%)와 실리콘웍스, 토마토LSI는 디스플레이 반도체 분야에 각각 진출해 국내외 대기업들과 당당히 경쟁하고 있다.

반도체 위탁제조 분야에서는 동부하이텍 (41,950원 ▼300 -0.71%)이 두드러진다. 동부하이텍은 토마토LSI 등을 자회사로 두고 반도체 개발과 생산 부문 간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하나마이크론 (22,750원 ▼3,700 -13.99%)STS반도체 (5,840원 ▲30 +0.52%)통신, 세미텍 (0원 %) 등은 반도체 후공정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황인록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우리나라는 그동안 메모리반도체 분야에 집중한 결과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업계에서 부동의 1위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제 나머지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시스템LSI분야에 도전해 두각을 보일 때가 됐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오동희 팀장, 김진형 기자, 강경래 기자, 김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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