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담화문, '아마추어 외교' 재논란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2008.06.1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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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난항 불구 서둘러 담화내용 발표"

-"수입고시 무기한 연기" 발언, 전략 내보여
-'알아도 모르는 척하기' 외교 기본 무시 지적
- 30개월령 이상·SRM 수입 때 국정운영에 화


↑ 19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와 관련한 대국민담화 발표를 TV뉴스를 통해 시청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19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와 관련한 대국민담화 발표를 TV뉴스를 통해 시청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대국민담화에서 수입고시를 무기한 연기하더라도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은 반드시 막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통상 전문가들은 국민의 불안감을 희석시키려는 의도였을지 몰라도 오히려 이날까지 미국에서 협상을 진행 중인 쇠고기 협상단에는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아마추어적' 외교력이 다시 한 번 도마에 올랐다.

이날 담화는 미국이 반드시 우리의 쇠고기 협상 타협안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전제 하에 시작됐다. 어떻게 하든 미국이 우리의 요구를 들어줄 때까지 '뻗치기' 하겠다는 전략을 내보인 셈이다.



이에 따라 만약 협상 결과가 예상과 다르게 나오면 이후 국정운영에 부담을 더해 오히려 화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애초 이 대통령의 쇠고기 담화는 이날 쇠고기 협상을 마무리한 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미국 워싱턴에서 쇠고기 협상이 다음날로 미뤄지면서 이날 대통령이 발표하는 최고 수준의 대국민담화는 특별기자회견으로 격을 낮췄다.

이 대통령의 이번 담화는 우리가 쇠고기 협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전 담화문과는 달리 비교적 솔직하게 담았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쇠고기 수입을 강행한 이유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연내에 처리하고 통상마찰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반면 쇠고기와 FTA가 별 건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솔직함은 '알아도 모르는 척 해야 하는' 협상의 기초를 무시한 것이다. 대외협상에서는 가능한 속내를 감추고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얻어내야 한다. 속내가 너무 드러날 경우 협상이 어려워지기 때문.

외교부 관계자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귀국과 번복, 미국 측의 요청에 따른 협상연기와 비공식 회동, 며칠째 계속 되고 있는 협상 상황 등을 고려하면 협상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협상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외교부 관계자는 "만약 30개월령 이상 쇠고기가 수입되는 사태가 벌어지면 협상단이나 청와대나 난감할 것"이라며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만 강조된 나머지 특정위험물질(SRM) 수입금지 등의 부분은 논의조차 되지 않아 오히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는 '실용외교'라는 대전제 아래 지난 4월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추진하면서 쇠고기 협상을 서둘러 마무리, 졸속협상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실용외교'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오히려 일본에는 독도 문제에 대해 할 말을 못하고 중국에는 노골적인 '미국 우선주의'로 불필요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외교와 통상에 있어 '아마추어'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해영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부시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그대로 믿는다는 설명이나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기 전 상황인 마늘파동을 예로 든 것이나 대통령의 담화내용을 보면 여전히 외교에 있어 아마추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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