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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란 표현은 기자회견 전 배포된 보도자료에는 없었다. 이 대통령이 회견문을 발표하다가 잠시 숨을 고르고 "사과"라는 말을 하는 순간 150여 명의 기자단이 웅성거린 것도 이 때문이었다. 사전 배포된 자료에는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은 국민들께 저간의 사정을 솔직히 설명 드리고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라고 적혀 있었다.
이 대통령은 15분간 회견문을 발표하며 3번 머리를 숙였다. "사과드리기 위해서", "제 자신을 자책했다",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는 표현으로 몸도 낮췄다. 지난 5월부터 사실상 국정이 공황 상태에 있었고 여기엔 청와대의 미흡한 대처가 큰 탓이었다는 자책이 회견문 곳곳에 묻어났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를 향한 촛불의 소리를 가슴 깊이 새긴 것"이라며 "이번 기자회견이 청와대·내각 인적쇄신으로 이어질 국정쇄신 시나리오의 첫걸음인 만큼 대통령이 진정성을 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대통령이 특별기자회견을 한다는 전날 공개됐다. 하지만 전날 '대국민담화'라고 했다가 이날 오전 '특별기자회견'으로 형식을 바꿔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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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진행 중인 쇠고기 협상이 이날 오전 '결과'를 도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대국민담화를 계획했다가 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기자회견으로 한 단계 낮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
이에 대해 청와대는 "대국민담화는 담화문만 발표하지만 이날은 이 대통령이 회견문 발표 뒤 기자단의 질문도 받기 때문에 기자회견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선 쇠고기 파동 후 지난달 대국민담화보다는 진솔하다는 평이다. 쇠고기 협상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에 서둘렀고 국제관계상 재협상을 요구하기 어려워 재협상에 준하는 추가협상을 추진 중이라고 고백했다는 점에서다.
이 대통령의 메시지가 민심에 통할지는 오는 21일로 예정된 촛불시위 등 이번 주말을 지나며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