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 '안갯속' 진로는?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8.06.19 13:24
글자크기
-정국 안정후 공기업 민영화 본격 추진
-산업은행 등 20~30곳 민영화
-7~8월 구체적 방안 발표될 듯

'쇠고기 정국'에 밀려 이명박 정부의 핵심 사업인 공기업 민영화 과제의 앞길이 불투명하다. 정부와 여권 내에서는 "국민정서상 뒤로 미루자"는 안과 "공기업 민영화로 돌파구를 찾자"는 안이 맞부딪혀 있다.

정부 내에서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정국이 어느정도 안정되면 다시 공기업 민영화의 고삐를 죈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민심을 자극할만한 공공영역에 대해서는 민영화 깃발을 공식적으로 내리는 등 상당한 변화도 예상된다.



◇공기업 '새판짜기' 어떻게?=19일 관계 부처 및 정치권에 따르면 일단 수도, 전기, 가스, 의료보험 등 4개 분야는 민영화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은 전날 의원 워크숍에서 "수도·전기·가스·의료보험 등 4가지는 민간에 맡길 수 없다"고 잇따라 민영화 철회 방침을 확고히 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구상하는 민영화 프로젝트는 '매머드'급이다. 산업은행,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등 20~30개의 공공기관이 민영화 대상에 포함돼 있다.

아울러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지주와 정부소유 은행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건설, 하이닉스 등 16개 민간기업도 매각될 예정이다.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일 "산은 매각에 들어가기 전이라도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의 소수지분에 관해서는 매각을 준비 중"이라고 조기매각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공룡' 공기업인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는 통합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50여곳이 통폐합 대상으로 분류돼 있다. 도로공사와 항만공사 등 사회간접자본(SOC) 공공기관은 민영화하지 않는 대신 일부 사업을 민간에 위탁키로 했다.

경주보문관광단지를 운영하는 경북관광개발공사 등 일부 공기업은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될 전망이다.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휴인력에 대해서는 명예퇴직 요건을 한시적으로 완화해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타당성이 있는 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본격 스타트 언제나?=아직까지는 '미로'다. 민심의 향배에 민감한 한나라당은 가급적 시기를 늦추면서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고 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한나라당보다는 '원칙'을 앞세우고 있다.

관건은 정국 안정화 여부다. 쇠고기 추가협상 발표와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 인적쇄신 이후에 정국이 수습되면 차기 단계로 공기업 민영화가 조기에 전면에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전처럼 대규모 촛불집회가 재연되는 등 정국이 혼란스러울 경우 공기업 개혁 작업이 속도를 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 관계자는 "공기업 개혁 드라이브는 국정이 안정되고 나서 큰 틀의 방향설정이 있는 다음에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은 쇠고기 정국 돌파와 민생 안정에 주력해야 할 때라는 한나라당의 입장에 공감하며 당분간 숨고르기를 거쳐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안팎에서는 정기국회 때 관련 법 개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늦어도 7월 중에는 공기업 민영화 로드맵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쇠고기와는 달리 공기업 개혁은 대체로 민심의 호응을 얻고 있는 사안인만큼 반발이 적은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