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EF는 보릿고개 "기다림이 미덕"

더벨 김용관 기자 2008.06.19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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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Korea PEF Forum]성과 보여주기에 짧은 시간...투자 확대 이뤄져야

이 기사는 06월18일(14:08)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제 4년 밖에 안됐다. 아직 추수도 못했다. 보릿고개다. 조금만 기다리면 수확의 계절이 다가온다. 기다리기에 지쳤겠지만 지금 LP(유한책임사원)들이 자금을 지원해 주지 않으면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인적자원을 다 잃고 만다."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자(GP)들의 얘기다.



"LP들도 인식하고 있다. 미국에서 블라인드 펀드가 정착된 시간을 비춰볼 때 우리나라에 바이아웃 펀드를 맡길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다. GP 입장에서도 투자의 영역이 특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반성해야 한다." 투자자들의 생각은 또 달랐다.

출범 초기의 기대와 달리 성과는 미미하다. 4년 동안 투자금을 회수(EXIT) 한 사례는 2개에 불과하다. 성미 급한 투자자(LP)들은 발을 빼고 있다. 국내 PEF의 능력을 믿지 못하겠다는 얘기다.



↑박종면 더벨아시아 대표이사(왼쪽 첫번째)와 김창현 군인공제회 금융사업본부장(왼쪽 두번째) 등 PEF포럼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박종면 더벨아시아 대표이사(왼쪽 첫번째)와 김창현 군인공제회 금융사업본부장(왼쪽 두번째) 등 PEF포럼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GP는 GP대로, LP는 LP대로 불만이다. 일종의 성장통이다. 1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08 더벨아시아 PEF 포럼'에서도 이 같은 입장차이가 그대로 노출됐다. 하지만 건설적인 갈등은 PEF 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게 양측의 공통된 생각이다.

LP들은 국내 GP들의 가치 창출 능력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김창현 군인공제회 금융사업본부장은 "LP로서 어디에 투자해야 될지 고민이 많다"며 "외국의 유수한 PEF인 블랙스톤이나 KKR 등을 만나도 확신이 안 서는데 4년밖에 안된 국내 PEF의 경우 과연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GP측은 자신들의 역량을 보여줄 시간이 부족하다고 항변했다. PEF의 특성상 투자회수까지 기간이 길다는 점에서 지난 4년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없다는 것.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대표는 "PEF에는 교과서가 없다. 도제와 같이 철저하게 노하우와 경험, 피드백에 의해 발전하는 게 이 산업"이라며 "조금만 기다리면 성과를 낼 수 있는데 LP들은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는 PEF를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금 LP들이 발을 빼면, 즉 투자를 하지 않으면 4년 동안 잘 훈련된 인력들을 고스란히 외국 경쟁사에 빼앗기고 국내 PEF 산업은 사양길로 접어들고 말 것이라는 우려다.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좀 더 기다린 후 판단을 해도 늦지 않다는 게 GP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실제 하나의 딜을 만들고 완료하기 위해선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해외 유명 PEF의 경우 일단 믿고 투자한 후 성과를 내면 계속해서 투자금을 확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엄격한 기준을 통해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LP를 통해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식으로 시장을 자정하면 된다고 양측은 입을 모았다.

GP측 대표로 나온 이재우 보고펀드 대표는 "모두가 인정할 정도로 최선을 다했는데도 불구하고 이익을 내지 못하는 경우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시장에서 매장되는게 이 시장의 속성"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대표는 "원론적인 얘기지만 양측 모두 시간을 갖고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창의성 있는 GP들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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