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차 토종PEF]②LP "어느 PEF 고를지?"

더벨 현상경 기자 2008.06.1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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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레코드 아직 부실... 신뢰할 만한 펀드 선택기준 마련 시급

이 기사는 06월11일(14:04)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국내에서 사모펀드(PEF)의 투자자(LP)로 활동하는 기관이나 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 국민연금을 위시한 연기금 및 공제회 6~7곳,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 15여곳, 보험사와 캐피탈사 등 20여곳, 나머지가 일부 기업이나 개인투자자 정도다.



금융감독원이 작년 10월말 기준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LP중 금융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54.2%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일반법인(19.4%), 연기금(17.0%), 개인(7.9%), 기타(1.6%) 순이었다.

이들이 50여개에 달하는 PEF중 한 곳을 선택하려면 기준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기존의 투자성과(Track Record). LP들 입장에서는 '수익률'이다.



하지만 국내 PEF 가운데 과거 수익률을 제시할 수 있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바이아웃 딜을 기준으로 PEF의 '자금모집(Fund Raising)-투자기업 모색 및 집행(Deal Sourcing & Investment)-기업가치 상승(Monitoring)-자금회수(Exit)'을 아우르는 투자 사이클이 짧게는 3년에서 5년 가까이 소요되는데 한국에 PEF가 도입된 지가 불과 3년 반이 지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금회수까지 끝낸 국내 PEF의 투자성과는 4개 정도에 불과하다. MBK파트너스가 2006년 6월 씨티은행으로부터 한미캐피탈을 626억에 사들여 1년여뒤 4배 이상의 가격인 2700억원에 우리금융에 팔았다. 또 KTB네트워크가 2006년 500여억을 들여 SKM을 사들였고 한해 뒤 면세점 사업만을 떼내 800억원에 애경에 매각했다.

같은해 FG10이 MK전자 주식 42%를 200여억에 사들여 11개월만에 554억원에 팔면서 54%정도의 수익을 냈다. 이밖에 미래에셋1호가 미래에셋캐피탈 지분에 투자해 50%가까이 수익을 내고 작년 중순 투자들에게 원금 절반과 수익을 돌려줬다. '대박'수준의 성적표를 보유한 이들 펀드는 자금모집 과정에서도 LP들에게 성공사례를 자주 제시한다.
[4년차 토종PEF]②LP "어느 PEF 고를지?"


하지만 엑시트 단계까지 진행된 투자대상이나 펀드는 극히 일부에 그친다. 그나마 코너스톤(메가스터디)이나 H&Q AP(대한유화, 현진소재)처럼 상장사에 투자했을 때 향후 주가흐름 정도가 더 보여줄 수 있는 사례다. 이도저도 아니면 특정기업을 사들인 이후 구조조정을 어떻게 진행했고 영업이익률 등 여러 측면에서 기업가치가 얼마나 올랐는지를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마땅한 트랙레코드를 제시하기 힘들다보니 PEF운용사(GP)들은 물론 자금을 제공하는 LP들 역시 고민이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그나마 국민연금이 블라인드펀드 위탁운용사를 공개모집할 당시처럼 펀드 운용역의 경력, 지속성이 근거로 제시되지만 상당수 국내 LP들은 이에 대한 사전지식이나 이해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이런 데이타를 내놓아도 "사람만 보고는 불안해서 자금을 못 넣겠다"는 반응이 많다. 최근 신규로 설립되거나 기존 PEF가운데 추가자금 모집에 나선 PEF들이 수두룩하지만 LP들 사이에서 "어느 PEF를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이러다보니 국내 PEF업계에서는 "투자금을 제공하면 어떤 기업을 사들일 것이냐"는 점이 판단기준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이런 배경이 2007년 이후 상당수 PEF들이 블라인드 형식이 아닌, 이른바 투자대상을 미리 정해놓고 자금을 모으는 '딜바이딜 펀드'로 몰리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특히 최근 자금모집을 진행중인 PEF들 중에는 300~5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성 소형 펀드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펀드는 블라인드 펀드에 비해 수수료가 낮아 인기를 끄는 추세다. 반면 목표로 삼은 딜의 성사여부가 불분명하고 심지어 마땅한 딜조차 많지 않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보험권 LP의 한 관계자는 "일부 프로젝트성 PEF들 사이에서는 같은 딜을 두고 서로 참여할 테니 자금을 달라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해외 PEF업계의 사례를 보면 시간이 지난뒤 상위권 PEF와 하위권 PEF의 수익률 차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PEF 제도가 일찍 도입된 미국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맥킨지컨설팅이 1995년부터 2001년까지 미국 PEF들의 성적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상위 25%에 속하는 펀드들의 수익률은 주가지수 상승률이 8%에 달하는 동안 연평균 20%을 기록했다. 인덱스펀드 등에 투자하는것보다 3배 가까운 수익을 올려준 셈.
[4년차 토종PEF]②LP "어느 PEF 고를지?"
반면 하위 75% 펀드들의 수익률은 지수상승률에도 못 미쳤다. 소수의 스타급 PEF만 빼고는 성적이 초라했다는 얘기다. 달리 말해 선택기준이 애매하다고 아무 PEF나 골랐다가 돌이킬 수 없는 기회비용을 치뤄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상ㆍ하위권 PEF에 대한 선택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PEF에 진출하려는 운용사들만 급증한다는 점이다. "시간이 흐르면 트랙레코드가 쌓이면서 저절로 해결될 것"이란 낙관론으로 일관하기에는 시장의 열기가 예상 이상으로 빨리 뜨거워지고 있다.

당장 트랙레코드가 없다고 해서 애매모호한 기준으로 PEF를 선택했다가 수년뒤 예상 이상의 부진한 성과를 맞이할 수도 있다. 쓸만한 트랙레코드가 누적될 때까지 어떤 식으로든 업계에서 통용되고 신뢰할 만한 판단기준이 마련되야 한다는 게 출범 4년차를 맞은 국내 PEF업계가 떠앉고 있는 과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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