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변신해온 촛불시위, 진화의 끝은?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8.06.18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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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근 기자ⓒ이명근 기자


17일 저녁 열린 촛불시위는 41차다. 청계광장에서 촛불이 켜진지 47일째다.

시위는 변신을 거듭해왔다. 이제 촛불은 서울시청 앞 광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지난주부터 여의도 KBS방송국과 한나라당사 앞에서도 시위가 시작됐다.

주제가 언론과 정치로 번졌다. 16일 서울 강남에서 처음으로 열린 촛불시위 장소가 방송통신위원회 주관의 '2008경제협력개발기구(OECD)장관회의'가 열리는 코엑스였다는 점도 이같은 맥락이다. 최시중 방통위장은 네티즌의 퇴진 요구를 받고 있다.



첫 가두시위, 물대포 진압, 쇠파이프 모두 주말에

주요 변신은 주말에 벌어졌다. 휴일인만큼 참석 인원이 늘어나고 금·토·일요일 연이어 시위가 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일'이 터지기 쉽다.



첫 촛불시위는 금요일(5월2일) 청계광장에서였다. 도로점거 가두시위가 시작된 것도 금요일(5월24일)이다. 최초의 연행자는 토요일(5월25일) 새벽에 나왔다.

이 때부터 문화제보다 시위의 성격이 강해지고 참여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주도의 거리행진과 별개로 시민들의 자발적 이동이 시작됐다. 시위 대오 앞에서 무차별 연행을 막겠다고 유모차부대가 등장하고 예비군부대도 나왔다. 의료지원단의 활동계기도 주말 연행사태였다.

경찰이 물대포를 쏘는 등 본격적 폭력진압에 나선 것도 토, 일(5월31일~6월1일)이다. "촛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광범위한 국민적 분노와 함께 입체적 지원이 빛을 발했다. 새벽에 물과 김밥, 옷가지와 수건이 실시간 인터넷 모금으로 현장에 조달됐다.


축제로 진화...비폭력 더욱 확고해져

다음 주말연휴(6월5일~8일)에 벌어진 72시간 릴레이 촛불대행진은 이 시위를 '국민MT'로 만들었다. 서울 도심 거리마다 노래와 음악, 구호와 얘기꽃이 어우러졌다. 아스팔트 위에서 가족의 생일잔치를 열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함께 춤을 췄다.

일요일(6월8일) 새벽 쇠파이프의 첫 등장으로 "폭력시위로 변신한다"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기록적 인파(주최측추산 서울70만)가 몰린 화요일(6월10일)을 징검다리로 주말(6월13일~15일) 연이어 열린 대규모 집회가 평화적으로 마무리 되면서 '촛불시위=비폭력'이라는 공식을 지켰다.

아울러 이 주말을 분기점으로 쇠고기 문제를 넘어 대운하와 민영화, 교육문제와 공영방송 사수 등 다른 이슈로 촛불의 전선이 확대됐다.

ⓒ이명근 기자ⓒ이명근 기자
배후도 통제조직도 없는 촛불시위가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동안 시민들은 자발적 운영원리를 익혔다. 실시간으로 다음 아고라를 비롯한 각종 게시판에서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고 거리행진을 할 때도 방향과 행동지침을 놓고 뜨거운 설전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비폭력' 기조에 국민적 합의를 이룬 것은 시위문화에서 획을 그었다는 평가다.

촛불의 진화는 진행형

이처럼 '다양한 계층의 자발적 참여와 운영', '비폭력 고수'는 촛불이 불과 40여일만에 진화한 결과물이다. 이후 진화의 방향은 1차적으로 정부가 내놓을 대책에 달렸다.

하지만 그보다는 시민의 움직임이 관건이다. 이미 여론은 "MB는 무엇을 해도 아웃"이라는 견해부터 "촛불시위가 정치적으로 확대되는 것은 싫다"는 입장까지 여러 가지로 갈렸다. 대책회의가 20일 이후 '48시간 비상국민행동'을 제안하는 등 투쟁의 수위를 높이려 하면서도 "정권 퇴진운동도 '불사'하겠다는 것이지 바로 퇴진운동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고 하는 이유다.

촛불정국 이후 계속된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시민의 토론이 어떤 새로운 진화를 낳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아직도 시위가 변신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서울광장과 방송사, 한나라당사, 강남 코엑스까지 시위가 열리는 장소는 확대되고 있다. 참여자 수는 줄었지만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뇌관은 늘어나는 양상이다.

정부는 이 진화가 무섭다면 토론의 장을 부정하기보다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의견들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한 114일 중에 41일간 촛불시위가 열렸고 임기는 아직 4년 8개월이 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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