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우리 아이만 오줌을 못 가려요

이서경 푸른소나무소아정신과 원장 2008.06.1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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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경의 행복한아이 프로젝트]

생후 22개월인 지은(가명)이의 어머니는 지은이가 어린이 변기에서 배변을 하지 못하는 것이 걱정이 되어 지은이와 병원에 내원했다.

같은 또래인 사촌들은 배변을 가리는데, 지은이는 아직 못 가린다고 엄마는 걱정과 불안이 많은 상태였다. 엄마의 심리적인 압박감과 불안감이 크다 보니 지은이에게 다소 강압적으로 배변훈련을 시키게 되고, 잘 못 할 경우에는 혼내는 경우가 많아 지은이가 점점 배변훈련을 거부하게 되었던 것이다.



엄마에게 배변훈련교육을 하고 지은이와의 안정된 애착 형성에 노력을 기울이도록 한 결과, 지은이의 변 가리기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배변훈련을 언제 시작하여야 하는가는 부모들의 관심사이자 걱정이다. 옆집 아기는 기저귀를 벗었다는데, 우리 애는 아직 기저귀를 차고 있는 것을 보면 걱정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부모의 불안감이 크면 지은이 엄마처럼 아이에게 강압적으로 대할 가능성이 생긴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가 기저귀를 떼는 것이 편하고 좋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빨리 뗀다고 크게 득 될 것이 없다. 엄마의 편의를 제외한다면, 배변을 일찍 가린다고 지능이 좋다거나 성장 발달이 빠르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배변훈련의 시기는 문화적으로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데, 우리나라 가정에서는 그 시작 시기가 비교적 빠른 편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전문기관인 BAI 글로벌의 2001년 조사 결과를 보면 배변훈련을 끝마치는 시기가 우리나라는 23개월, 프랑스 29개월, 이탈리아 30개월, 독일 33개월이라고 하였다.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미국 흑인 가정의 아기는 평균 21개월에 배변 훈련을 시작하는데 반해, 유럽 가정의 아이는 28개월, 미국의 백인 가정에서는 평균 30개월에 시작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배변훈련 가이드라인들은 만 18개월이 넘어서면 배변훈련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한 연구자는 만 2세가 되어야 배변훈련에 필요한 기술들을 충분히 습득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아이가 22개월에서 30개월 정도가 되면 시작하라고 했다.

미국 소아과 학회의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2세 무렵에 시작하면 된다고 했고, 미국의 유명한 소아과 의사인 스포크 박사도 배변훈련을 만 2세에서 2세 반이 되었을 때 시작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했다. 따라서 배변훈련은 약 2세 전후에 시작하는 것이 좋고, 혹시 약간 늦어지더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특별한 문제없이 변 가리기에 성공하지만, 약 2~3% 정도에서는 정서적인 부작용을 경험하기도 한다. 가장 흔한 정서적인 부작용으로서는 야뇨증, 유분증(변을 못가리는 것), 배변훈련 거부, 대변을 안 싸고 참기, 변 볼 때 숨어서 보기 등이다. 이러한 부작용은 배변훈련과정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지나치게 자유방임적인 방법이나 처벌 등의 강압적인 방법의 훈련은 나중에 야뇨증과 관련이 있다고 하며, 배변훈련 거부는 생후 42개월 이후에 배변훈련을 시키거나, 동생이 생겼을 때, 부모가 지나치게 허용적일 때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배변훈련을 거부하는 아이에게서 나중에 야뇨증과 변비가 더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아이가 배변활동을 수치스럽거나 공포스럽게 느낄 때 혹은 제대로 된 배변훈련교육을 받지 못하였을 때 숨어서 변을 보는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변 가리기는 아이의 신체적 생리적, 정서 심리적,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 영향을 받는 복잡한 과정이다. 성공적인 변 가리기가 아이에게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자기 자신의 효능감, 유능감의 싹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가 스스로 어떤 일을 해 냈다는 데서 오는 만족감과 성취감을 경험하게 된다. 다음 시간에는 아이가 정서적인 부작용 없이 성공적으로 변 가리기를 하기 위해 부모가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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