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12일(19:08)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최근 국내 PEF업계에는 펀딩 전쟁이 한창이다. 돈 달라는 곳(GP)은 넘쳐나는 데 돈 줄 곳(LP)은 이런저런 외부 악재에 시달리며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외에도 몇몇 대형 PEF들이 국내 및 해외 LP들을 대상으로 자금모집에 나섰다. 기존 약정액이 상당 부분 소진된 데다 추가적인 M&A딜을 준비하면서 자금이 필요해진 탓이다.
한때 업계에는 무려 20여개에 달하는 펀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자금을 구하러 다니는 일도 발생했다. 연기금의 한 관계자는 "지난 5월에는 같은 날 5곳의 PEF가 한꺼번에 자금유치를 위해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다"며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은 많지 않은데 어느 펀드를 고를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우선 주요 연기금들의 최고 의사결정권자 '인사' 문제가 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민연금은 공석인 기금운용본부장을 선정하지 못해 펀드자금 확정에 '도장'을 찍지 못하고 있는 상황. 행정공제회는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의 이사장 사퇴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보복성' 특별감사까지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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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연기금과 공제회 역시 공기업 민영화의 여파로 몸을 사리고 있는데다 감사시기도 겹쳐 투자의사를 못 밝히고 있다.
시중은행, 보험 등 금융회사들의 자금사정도 좋지 못하다. 국제유가 등 주요 원자재 가격 급등의 여파로 자금지원을 요청하는 기업들이 늘어난 게 원인이다.
자금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마저 생겨나고 있다.
PEF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PEF에 투입될 자금여력이란게 뻔한 수준"이라며 "자금 모집시기를 분산시켜도 아쉬울 판국인데 수십개 펀드가 한꺼번에 돈을 달라고 아우성치니 지금 자금유치에 나서지 않은 펀드들만 손해를 보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단기간에 투자여력이 소진되다보니 지금 투자금을 못받으면 나중에 굶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과열경쟁 양상에 운용수수료 '덤핑'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통 PEF의 운용수수료는 1~2% 수준이지만 자금유치에 눈이 먼 일부 펀드들이 과도하게 수수료를 낮출 가능성이 보인다"며 "수수료 덤핑에 나서면 당장 자금유치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잘못된 선례를 남겨 업계 전반에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문제는 PEF 본연의 정체성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LP를 설득하기 위해 상식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제시함은 물론, 투자자들에게 보여 주기 위한 프로젝트 딜(Deal)을 선점하기 위해 무리한 가격에 기업을 사들이겠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한 기관투자자는 "펀드들이 자금을 달라며 이런저런 예상 딜을 보여주는데 제시하는 수익률은 물론 기업을 사들이겠다는 인수가격이 터무니 없이 높은 경우가 많다"며 "당장 자금유치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기업가치를 생각대로 올리지 못해 투자자와 운용사가 모두 손해날 위험까지 보인다"고 강조했다.
사정이 악화되면서 블라인드형 PEF 활성화를 위한 국민연금의 지원정책에 대해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동시다발적인 자금지원이 펀딩전쟁을 야기한 단초가 됐다는 것.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자금을 한꺼번에 지원하지 말고 시기를 나눠가며 집행하는게 나을 뻔 했다"며 "PEF의 덩치를 키워 대형 바이아웃(Buy Out) 딜에도 과감히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가 거꾸로 시장상황을 악화시킨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