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M&A '현대重의 딴지'

더벨 박준식 기자, 전병남 기자 2008.06.1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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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에 동명모트롤 기업결합 반대의견 제출… 인수실패 화풀이(?)

이 기사는 06월12일(15:2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이 유압기기 전문업체인 동명모트롤을 인수했지만 경쟁사인 현대중공업의 반대로 기업결합 승인이 지연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상당량의 자료를 첨부해 두산그룹의 동명모트롤 인수에 대한 기업결합 승인 반대 입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결합이 완료되면 자신들은 유압기계 공급처를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주된 내용이다.

두산은 지난달 30일 열린 동명 주주총회에서 산업은행 측 이사 1명을 제외한 8명의 이사진을 모두 교체했다. 정부당국이 쉽게 결합승인을 낼 것이라고 예상하고 사후 승인을 전제로 경영권을 미리 확보한 셈이다. 두산 관계자는 "이사진 개편은 동명을 그룹의 핵심계열사이면서 (주)두산의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한 첫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공업분야의 경쟁자인 현대중공업이 딴지를 걸면서 기업결합 승인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공정위는 승인에 앞서 이 M&A에 관한 의견서를 수요업계인 현대중공업과 볼보건설기계코리아 등에 요청했다. 동명이 국내 유압기계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1위(38%)인 점을 감안, 시장 지배적 지위에 있다고 간주하고 업계 의견을 물은 것. 특히 두산이 동명을 소유해도 시장질서가 유지될 수 있는가를 조사했다.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의 주장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라고 간주하고 있지만 예상보다 강한 반발에 승인결정을 미루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주장대로 두산이 동명을 인수한 후 공급처를 차별하지 않도록 일정한 확약을 받은 후 결합승인을 낼 것이란 예상이다. 현대중공업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셈이다.


공교롭게도 동명모트롤은 현대중공업이 두산과 인수경쟁을 벌였던 업체다. 그래선지 아까운 매물을 놓치자 현대중공업이 시샘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같은 처지인 볼보가 상대적으로 조용한 것과도 비교되고 있다. 물론 현대중공업이 동명을 인수했다면 같은 식으로 방해받았을지 모를 일이다.

두산과 현대중공업의 중장비 분야 매출은 2006년 1조1979억원, 1조9157억원으로 7000억원 남짓의 차이를 보였지만 지난해 두산이 밥캣을 인수하면서 3조원 넘게 벌어졌다. 현대중공업은 더 이상 두산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수뇌부는 막대한 유보금을 보유하고도 두산을 넘어설 M&A 매물을 찾지 못하는 실무부서를 질책 중"이라며 "현대중공업이 최근 CJ투자증권을 8000억원이 넘는 가격에 서둘러 인수한 것도 어찌 보면 대한통운이나 동명 인수에 실패한 것을 만회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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