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로 美와 잘 해보려다 오히려 관계악화?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2008.06.0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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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모두 비판, 孫대표 "우리 국민 모욕한 것"

-쇠고기 파는 입장에서 한국민 감정 고려안해
-李대통령 대미외교 복원 위해 쇠고기 선택
-오히려 반미감정 부추겨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사진)의 "한국 정부에 실망했다"는 발언을 두고 파문이 커지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가 반미감정으로 확산될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쇠고기로 美와 잘 해보려다 오히려 관계악화?


버시바우 대사는 전날 한국 정부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금지를 요청한데 대해 "재협상의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며 "한국 국민들이 과학에 대해, 미국산 쇠고기 관련 사실에 대해 좀더 알게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민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원색적인 발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 반감은 단순히 건강에 대한 위협을 넘어 '검역주권' 등 '자존심'이 걸린 문제인데 과학적 지식 운운하며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쇠고기를 파는 입장에서 이처럼 '고객'을 배려하지 않는 '딱딱한' 자세를 보인데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이를 반영하듯 전날 밤 촛불시위에서는 간간히 버시바우 대사를 비난하는 피켓과 구호가 눈에 띄기도 했다.



정치권의 비난도 거셌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은) 우리 국민 전체를 모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은 쇠고기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폭넓은 이해를 무시하는 주권 모독과 주권 침해에 해당하는 망발"이라고 비난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내일 버시바우 대사와 만나 우리 정부 입장을 이해시킬 계획이지만 버시바우 대사가 사과하지 않는다면 이 회동이 오히려 한국민의 반미감정을 자극시킬 우려마저 없지 않다.


아울러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온 대미외교 복원이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잇따르고 있다.

사인까지 해놓은 협상에 대해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금지'를 요구하며 사실상 추가 협의를 제기하니 미국으로서는 기분이 좋을리 없다. 국내에선 미국산 쇠고기가 미국에 대한 나쁜 감정을 자극하는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을 두고 네티즌들도 시끄럽다. 네티즌 'benzo0'는 "한국을 식민지로 보는군요. 이게 그렇게 10년전으로 돌리고 싶었던 한미관계입니다"라고 비판했다.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을 옹호하는 네티즌도 없지 않다. 아이디 'goatmffl'을 사용하는 한 네티즌은 "미국 입장에서 당연한 것 아닌가? 한번 협상한 걸 가지고 재협상을 요청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입장바꿔 생각해 봐라"라고 말했다.

버시바우 대사를 비난하든 옹호하든 네티즌들의 상반된 의견은 결국 하나로 모아진다. 이 대통령이 쇠고기 문제로 오히려 한미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이 한미관계 복원을 위한 방미 선물로 서두른 미국산 쇠고기 협상이 오히려 한미관계의 독으로 작용하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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