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데 일반 승용차의 트렁크는 가족의 짐을 모두 싣기가 그리 만만치 않다. 먹을거리며 산과 바다에서 놀 준비물들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나오는 승용차의 트렁크 공간이 넓어졌다고는 해도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이로 인해 특히 휴가철을 앞두고 넉넉한 탑재공간을 갖추고 있는 SUV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다.
◆SUV 마니아의 로망, X5
BMW의 뉴X5 4.8i는 알루미늄 케이스의 신형 V8엔진을 장착, 최고출력 355마력, 최대토크는 3400~3800rpm에서 475Nm의 파워풀한 성능을 발휘한다. 이는 기존모델에 비해 각각 11%, 8% 증가한 수치다.
355마력의 힘은 주행 중에 맘껏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뉴X5 4.8i의 덩치가 육중하다고 둔한 것은 아니다. 덩치에 비해 날렵한 외형만큼 가속력도 뛰어나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육중한 몸에서 나오는 힘은 놀라울 정도다. 정지상태에서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6.5초에 불과하다. 동급 SUV 중에서 뉴X5 4.8i를 앞설 차량을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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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육중한 몸에 높은 차체에도 불구하고 경춘가도의 험한 커브 길에서 쏠림현상도 심하지 않다. 시속 100㎞ 이상의 고속에서도 회전하는 방향으로 차체가 쏠리지 않고 안정적이다. 운전자나 조수석에 앉은 동반자의 몸이 한쪽으로 기운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아 새삼 성능에 감탄하게 된다. 좀 심한 커브 길에서도 속도를 많이 줄이지 않아도 옆 차선의 차들은 추월하는 것이 힘들지 않다. 산길을 올라가는데도 전혀 힘이 부족함을 느낄 수 없다. 가솔린 엔진으로도 디젤에 결코 뒤지지 않는 파워를 선보인다.
노면 상태에 따라 최상의 비율로 앞뒤 구동력을 가변적으로 자동 조절해주는 BMW만의 인텔리전트 사륜구동 시스템 xDrive로 안정감 있고 다이나믹한 주행을 선사한다. 험하게 몰아도 되는(?) SUV의 매력을 맘껏 느낄 수 있다.
◆앙증맞은 고품격 첨단 실내장치
뉴X5 4.8i를 처음 올라타면 맨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기어박스 부분이다. 기어가 있을 위치에 마치 게임기인양 ‘조이스틱’과 ‘조그셔틀’이 나란히 붙어있다. 조이스틱같이 생긴 것은 뉴X5 4.8i의 기어이고 나란히 있는 조그셔틀은 내비게이션, 오디오 등 각종 편의기능을 조정하는 장치다.
뉴X5 4.8i의 우람한 덩치와 걸맞지 않게 기어는 조이스틱이라 불러도 될 만큼 앙증맞다. 하지만 이 앙증맞은 기어는 뉴X5 4.8i의 성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뉴X5 4.8i의 전자식 6단 자동변속기는 40%나 변속이 빨라져 어떤 속도에서도 즉각적으로 적응하게 만든다.
또한 여타 자동차의 기어박스와는 차이가 있다. 기어스틱 전체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아래쪽은 고정된 상태에서 조이스틱처럼 움직인다(물론 앞뒤로만). 현재 기어의 위치를 알려주는 기어실렉터도 바닥이 아닌 기어 손잡이에 달려있다. 기어스틱이 직접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바닥에 있을 이유가 없다.
운전석에 앉아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운전석이 운전자의 허리를 부드럽게 감싸안아주는 느낌이 들뿐만 아니라 운전자 성향에 맞게 등을 감싸거나 풀어주는 것을 조절할 수 있다. 특히 여름에 유용하도록 통풍 기능을 더한 액티브 시트 벤틸레이션이 앞좌석에 적용돼 있어 에어콘 만으로는 부족한 운전자의 더위를 식혀준다. 이와 함께 앞좌석의 시트는 최대 20개의 방향으로 세밀한 조절이 가능한 컴포트 시트가 적용됐다.
실내 인테리어도 정교한 디자인과 고품질의 가죽소재와 원목을 사용해 세련되고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커다란 이단 파노라마 선루프도 X5 4.8i의 자랑거리. 선루프를 통해 뒷자리에 탄 사람까지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오픈 범위도 일반적인 선루프보다 2배 정도 넓어 보인다. 뒷좌석을 접어 트렁크와 연계시키고 뒷자리에 누우면 모기 걱정 없이 여름 밤 하늘의 별자리를 감상할 수 있다.
X5 4.8i를 운전하면서 어느 정도의 속도로 달리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계기판을 굳이 바라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또 모르는 장소에 가기 위해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해 놓고 주행을 해도 위험하게 고개를 돌려 내비게이션을 바라볼 필요 역시 없다. 현재 속도는 물론 내비게이션의 지시사항이 모두 정면 유리창에 뜨기 때문이다. 계기판 위 대시보드에 현재 운전상황을 보여주는 화면이 역으로 달려 빔프로젝트처럼 유리창에 화면으로 띄워준다.
야간에 가로등이 없는 강원도 산길을 운전하면서 하이빔에 대한 신경은 꺼놓아도 된다. 하이빔 어시스트(High Beam Assist) 기능이 있어 외부의 빛이 없으면 자동으로 하이빔이 작동하고 정면에서 차량이 오거나 외부에 빛이 있으면 자동으로 하이빔 작동이 멈춘다. 후진 시 걱정도 덜 수 있다. 후진 시 회전반경 궤도가 센터페시아(Center Fascia)에 있는 화면을 통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X5 4.8i에는 단점이 하나 있다. 4799cc의 배기량에 2230kg(공차 무게)의 우람한 차량을 그것도 가솔린으로 몰기에는 기름값이 많이 든다는 것. X5 4.8i의 공식연비는 6.7km/ℓ. 하지만 도심에서 몰면 5km/ℓ 안팎에 불과하다. 물론 1억2490만원에 달하는 차량을 모는 사람에게는 큰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