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위에서 살아 숨쉬는 선의 예술

박정수 현대미술경영연구소 소장 2008.06.11 17:00
글자크기

[머니위크]미술품 투자와 감상법 / 드로잉

2008년 3월 K옥션 미술품 경매에서 최영림의 드로잉 자화상이 560만원에 낙찰 되었고 2007년 5월 서울경매에서는 김환기의 드로잉 3점이 2600만 원에 낙찰된 바 있다. 드로잉에 관심을 가져보자.

드로잉(drawing)이란 소묘 또는 데생 등의 이름으로 불리지만 단순히 말하자면 종이나 어떤 재료 위에 선으로 표현하는 것을 지칭한다. 수백만원 이상 하는 미술품에 접근하기 어렵다면 고가의 작품을 그리는 작가의 드로잉 작품에 다가서자. 젊은 유망작가의 작품가격으로 유명작가의 드로잉 작품을 소유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세계적인 갑부인 빌게이츠는 1994년에 르네상스시대의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드로잉을 한화 약 360억원에 소유한 바 있고 2001년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다빈치의 드로잉 작품이 145억원 정도에 낙찰된 바 있다. 유명한 만큼 가치를 가진다. 그러함에도 드로잉이라는 이유 때문에 당대에는 원작만큼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이 드로잉이다.



드로잉이란 무엇을 정확하게 따라 그리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스케치나 크로키, 에스키스와는 구분된다. 움직이는 동물이나 사람, 순간의 기분 등을 짧은 시간에 스케치하는 것을 크로키(croquis)라고 하며 스케치(sketch)는 어떠한 미술작품을 제작하기 위한 밑그림을 의미하는데 흔히 구도라고 하는 구성과 배치 등을 중점으로 그리는 작업이다. 미술용어 중에 에스키스(esquisse)라는 것도 있는데 이는 작품 제작을 위한 밑그림의 의미로 작은 종이 위에 미리 그려보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미술시장을 돌아보자. 시기를 가리지 않고 유명화가들의 드로잉 전시회가 꾸준히 열린다. 한 점에 천만원이 넘는 작가라 할지라도 그의 드로잉 작품은 30만~100만원 수준이다.



2006년 4월 우리나라 경매회사에서 판화와 드로잉 등 종이작품만 가지고 경매를 했는데 낙찰률이 93.6%를 기록한 바 있다. 낙찰된 작품의 43%가 100만원 미만, 44%가 100만~500만원이었다. 또한 2007년 인사동 화랑에서 유명 조각가의 작품 제작을 위한 드로잉 전시가 열렸었는데 종류에 관계 없이 30만원에 전량 판매된 일도 있다. 그 조각가의 작은 작품이 1000만원에서 큰 작품은 1억원이 넘는데 이들을 제작하기 위한 스케치 작품이라면 아주 낮은 가격임에는 분명하다.

외국의 경우에는 팔 수 없는 작품을 제작하기 때문에 작품을 위한 드로잉을 판매하여 그 금액으로 설치미술을 하는 세계적인 부부작가 크리스토와 장클로드라는 예술가도 있다. 이들의 작품 형태를 대지미술이라고도 하는데 거대한 천으로 다리를 감싸거나 건물 전체를 씌우기도 하는 작업을 하기도 한다. 이들 부부는 1985년 파리의 퐁네프다리를 감싼 적 있는데 그때 그렸던 드로잉이 2006년 경매에서 4800여만원에 팔리기도 하였다.

이완호의 드로잉 ‘기다림’은 검은색 종이와 광택 나는 오일파스텔을 활용하여 현대인의 일상이 포착된 작품이다. 현대미술에서 보다 확장된 의미로 단순 명료하게 포착되는 누드에서 현대인의 여유로운 미감이 자극된다.
이완호, 기다림, 33cm x 24cm, 종이위에 오일파스텔, 2007<br>
이완호, 기다림, 33cm x 24cm, 종이위에 오일파스텔, 2007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