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drawing)이란 소묘 또는 데생 등의 이름으로 불리지만 단순히 말하자면 종이나 어떤 재료 위에 선으로 표현하는 것을 지칭한다. 수백만원 이상 하는 미술품에 접근하기 어렵다면 고가의 작품을 그리는 작가의 드로잉 작품에 다가서자. 젊은 유망작가의 작품가격으로 유명작가의 드로잉 작품을 소유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세계적인 갑부인 빌게이츠는 1994년에 르네상스시대의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드로잉을 한화 약 360억원에 소유한 바 있고 2001년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다빈치의 드로잉 작품이 145억원 정도에 낙찰된 바 있다. 유명한 만큼 가치를 가진다. 그러함에도 드로잉이라는 이유 때문에 당대에는 원작만큼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이 드로잉이다.
우리나라 미술시장을 돌아보자. 시기를 가리지 않고 유명화가들의 드로잉 전시회가 꾸준히 열린다. 한 점에 천만원이 넘는 작가라 할지라도 그의 드로잉 작품은 30만~100만원 수준이다.
외국의 경우에는 팔 수 없는 작품을 제작하기 때문에 작품을 위한 드로잉을 판매하여 그 금액으로 설치미술을 하는 세계적인 부부작가 크리스토와 장클로드라는 예술가도 있다. 이들의 작품 형태를 대지미술이라고도 하는데 거대한 천으로 다리를 감싸거나 건물 전체를 씌우기도 하는 작업을 하기도 한다. 이들 부부는 1985년 파리의 퐁네프다리를 감싼 적 있는데 그때 그렸던 드로잉이 2006년 경매에서 4800여만원에 팔리기도 하였다.
이완호의 드로잉 ‘기다림’은 검은색 종이와 광택 나는 오일파스텔을 활용하여 현대인의 일상이 포착된 작품이다. 현대미술에서 보다 확장된 의미로 단순 명료하게 포착되는 누드에서 현대인의 여유로운 미감이 자극된다.
이완호, 기다림, 33cm x 24cm, 종이위에 오일파스텔,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