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소통 전에 해야 할 일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8.05.23 15:28
글자크기

[제비의 여의도 편지]

편집자주 별명이 '제비'입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릅니다. 친구들이 그렇게 불렀습니다. 이유도 명확치 않습니다. 이름 영문 이니셜 (JB) 발음에 다소 날카로운 이미지가 겹치며 탄생한 것 같다는 추측만 있을 뿐입니다. 이젠 이름보다 더 친숙합니다. 동여의도가 금융의 중심지라면 서여의도는 정치와 권력의 본산입니다. '제비처럼' 날렵하게 서여의도를 휘저어 재밌는 얘기가 담긴 '박씨'를 물어다 드리겠습니다.

# 지난 총선 때 한나라당 후보로 대구·경북 지역에 출마했다 떨어진 인사를 만났다. 낙선의 충격은 어느 정도 가셨다고 한다. "이제 막 시작한 정치, 차분히 해 보자"는 다짐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당 안팎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힘이 빠졌다. 이른바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의 복당 문제다. 그는 한나라당 텃밭에서 한나라당 깃발을 들고 나섰다 친박 바람 탓에 낙선했던 사람이다.



그는 영남권 낙선자들의 '복당 불가' 성명에 동참했다. 한나라당 후보들을 낙선시킨 친박 인사들의 복당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현실을 모르지 않는다.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힘, 당 안팎의 역학 관계. 현 상황에서 복당이 불가피함을 인정힌다.

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그래도, 개념은 명확히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복당은 탈당을 전제로 한 용어다. 한나라당에서 뛰쳐나간 인사들을 다시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



이 기준에 따르면 한나라당에서 나갔다 '되돌아 올' 친박 인사들은 그리 많지 않다.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인 양정례나 친박연대 비상대책위원장인 홍사덕 등은 엄밀히 말해 '복당'이 아니다. 그에게 패배의 쓴 잔을 안겨준 친박 인사도 한나라당 당적을 가져본 적이 없는 인사다.

엄밀히 따지자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얘기하는 '일괄 복당'은 엄밀한 의미에서 ‘한나라당에서 나갔던 사람을 다시 받아들인다’는 뜻은 아니다. ‘친박근혜계’의 ‘일괄 입당’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 지난 총선 때 수도권에서 당선된 몇몇 사람들과 만났다. 지난 22일 이명박(MB) 대통령이 행한 대국민 담화에 대한 대화를 하던 중 ‘개념’ 얘기가 나왔다.


한 인사는 " MB가 머리를 숙였고 반성을 했으니 그 정도면 되지 않았느냐"며 광우병 괴담'에서 벗어나 이성적으로 풀 단계가 됐다고 제언했다.

다른 인사는 좀 달랐다. 그는 지역 민심을 빌어 속내를 밝혔다.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MB만의 반성, 내각의 무책임성, 쇄신 방향의 부재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리고 '쇠고기 협상 파문'이 가라앉을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평가도 엇갈렸지만 이들이 사용한 용어의 차이가 컸다. 앞의 인사는 '광우병 괴담'에 방점을 찍었고 뒤의 인사는 '쇠고기 협상 파문'이라 표현했다. 그러고 보니 MB도 대국민담화에서 '광우병 괴담'이란 표현을 썼다.

# '복당'과 '쇠고기 파동' 등은 최근 정치권을 흔들었다. 모두 다 안다고 생각하는 내용이지만 각자 머리 속에 정한 개념은 다르다.

'소통'이 어려운 것도 이처럼 쓰는 단어의 개념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MB의 '복당'과 박근혜의 '복당'은 의미가 다르다.

MB는 취임 87일만에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데 이어 앞으로 취임 100일을 맞아 국민과의 대화에 나서고 18대 국회 개원 연설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미 5년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에도 대통령은 국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며 대화에 나섰다.

그런데 직접 소통이 늘어날수록 괴리감은 커져만 갔다. 말은 소통이었지만 서로 주파수를 맞추지 못한 채 자신의 생각만 전달하고자 했다.

'이즘'이란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만약 나와 논의하고 싶거든 먼저 당신의 용어에 대해 정의를 내려주시오". 무엇을 소통할지 정한 뒤 나서는 게 순서다. 민심을 돌아서게 만든 것이 광우병 괴담, 쇠고기 협상 파문인지, 또는 인사 파문인지, 국정 쇄신에 대한 일축인지….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