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M&A]⑮한화 '과거와의 싸움'

더벨 김민열 기자 2008.05.2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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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생 문제 미해결 상태 '약점'..김회장 '베팅'이 변수

이 기사는 05월19일(11:0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승리한 기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국내 M&A 시장에서 강자로 꼽히는 곳을 보면 해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바로 오랜 준비 기간이다.

올해 초 대한통운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국내 최대 규모의 크로스 보더 M&A 물건으로 기록된 밥캣을 인수한 두산그룹이 대표적이다.



올 상반기 최대 매물인 대우조선 (32,750원 ▲1,150 +3.64%)해양(DSME)도 예외일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지난달 인수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한화는 후발 주자다. 2년전부터 준비한 GS나 두산은 물론 포스코에 비해 상대적 전력이 열세라는 분석이다.

한화가 오랜 준비 없이 인수합병에 뛰어든 것은 대우건설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005년 4월 대우건설 입찰을 불과 한달 여 앞두고 한화그룹은 돌연 입찰제안을 철회했다.

한화측은 실사 결과 전체 수주물량 가운데 국외 비중이 적고 핵심 중동지역 진출이 미흡해 국외 진출을 주 목표로 하는 전략 방향과 맞지 않는다고 철회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금호와 두산에게 투자확약서(LOC) 단계부터 밀리면서 승산이 없는 게임이라고 뒤늦게 판단한게 철회의 실제 이유였다.

이번 DSME 인수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상당수 후보들은 이미 대략적인 파이낸싱 준비를 끝낸 반면 한화그룹은 초보적인 수준에서 맴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측은 자체적으로도 3조원 이상의 재원을 확보했기 때문에 자금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인수금액이 갈수록 치솟는 분위기여서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그렇다고 한화 계열사의 자금사정이 월등 좋은 것도 아니다. 이런 가운데 예기치 못한 메리츠의 제일화재 적대적 M&A에 얽히면서 규모는 미미하지만 계열사 실탄을 낭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의 DSME 인수에 있어 또 다른 걸림돌은 '정부와의 싸움'이다. 지난 2002년 맥커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인수한 대한생명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수자격 여부를 놓고 예보와 국제상사중재위에서 다툼을 벌이면서 다른 한편에서 정부가 파는 물건에 군침을 흘리는 것 자체가 '불확실성'을 배가 시키는 요인이라는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6년 동안 정부 관련 딜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면죄부'를 받기 힘들다"며 "DSME 매각주체가 산업은행이지만 정부가 매각하는 물건이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한화 관계자는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컬코리아(한화석유화학)를 비롯해 정아그룹(한화리조트), 대한생명 등 과거 M&A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 산업발전에 기여했다"는 입장이다.



인수 시너지효과를 기준으로 봐도 확실한 명분이 없다. 한화가 내세우는 인수 동기중 하나는 해외자원개발 분야의 시너지 효과.

계열사인 한화와 한화석유화학이 에너지 사업을 하고 있고 캐나다와 동남아 등지에서 자원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어서 그룹 전체적으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다른 DSME 인수 후보 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화그룹만이 내세울 수 있는 인수 명분이 약한 셈이다.

계량 및 비계량 각 부문에서 다른 후보에 뒤쳐지는 한화도 강점이 있다. 바로 김승연 회장의 강력한 '베팅'이다. 과거 대한생명 인수 전에서 한화의 베팅으로 예상가격이 2배까지 치솟은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업계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 지시가 떨어지면 실무자들이 놀라울 정도로 공격적인 가격을 쓸 가능성도 있다"며 "김 회장의 인수 의지가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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