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의사들이 권위적인 이유

머니투데이 이기형 기자 2008.05.16 10:33
글자크기
"의사들이 권위적인 이유에 대해 아는가?" 얼마전 한 노 교수(의대)로부터 이같은 질문을 받았다. 의사들은 학교 다닐때 공부를 잘 했고, 좋은 대학을 나왔고, 사회적으로 좋은 대우를 받고, 돈도 많이 벌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그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다음과 같은 두가지 이유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우선 의사들은 일을 하면서 항상 지시를 하는 존재라는 점을 들었다. 환자들에게 항상 무엇을 하라, 하지말라며 지시하고 명령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권위적인 자세가 몸에 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사회에 나와서 맨밑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데 의사들은 환자라는 상대적 약자와 계속해서 만나면서 껍데기를 깰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의사들은 뭐랄지 모르지만 고개가 끄덕여지는 얘기였다.

두번째 이유는 더 재미있다. 의사들은 대부분 실제로 자신의 실력보다 훌륭한 의사를 생각을 갖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그같은 생각을 하게되는 구조다. 설명은 이렇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어떤 의사에게 찾아가 병을 고친 경우 그 의사를 계속 찾게 된다. 반대로 병이 낫지 않으면 다른 의사를 찾게 된다. 의사들은 자신을 계속 찾아오는 환자들로부터 좋은 예후에 대해 많은 찬사를 듣게 되는 반면 병을 고치지 못한 환자들을 보는 경우는 드물다. 다시 찾아오지 않으면 병이 나은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자신이 꽤 실력이 좋은 의사라는 착각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설명이 끝나고 이어진 질문이 압권이다. "그럼 의사들이 젤 싫어하고 부담스러워 하는 환자가 누군지 아는가?"

그는 '의사가 시키는 대로 다 하는데 변화가 없는 환자'라고 말했다. 낫지 않는 환자가 아니라 '변화'가 없는 환자라고 강조했다. 의사들이 하라는대로 다 하는대도 도대체 병이 낫지 않는데다, 다른 의사를 찾아가지 않고 계속 찾아오는 환자에 제일 난감해한다는 우스갯소리였다.


생명을 다루는 의사의 권위가 예전에 비해 상당히 떨어졌다고 한탄을 하는 의사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소장 의사들중에는 10년전부터 환자를 '고객님'이라고 부른 이들도 있다. 요즘 발레파킹을 해주는 의원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굴지의 종합병원에 가도 고객마인드로 환자를 대하는 병원에 환자들이 놀랄정도다.

의료서비스에 대한 평가도 인터넷상에서 시도되고 있다.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이뤄지던 병원평가는 메디스팟(www.medispot.co.kr), 코메디(www.kormedi.com) 등 전문사이트로 발전하고 있다. 유수의 언론사도 이에 동참했다. 이들은 소비자중심의 의료시대가 오고 있다는데 착안을 하고 있다. 물론 왜곡된 정보가 소통될 위험에 우려하는 의사들도 많다.



무엇보다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달가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삼성전자 사이트에 소비자의 불만이 쌓이듯, 소비자가 평가한 브랜드대상이 생기듯 병원도 이제 이같은 흐름과 무관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어찌됐든 의사들은 그동안의 권위를 도전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환자가 고객으로 인정받기를 원하고, 그동안 참아왔던 싫은 소리를 하려고 들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 어떻게 적응하느냐의 문제만 남아있을 뿐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