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클린]야동 주인공이 우리반 친구?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2008.05.0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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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디지털세상]청소년들이 직접 찍은 음란물 활개

[u클린]야동 주인공이 우리반 친구?


보건복지가족부가 최근 적발한 포르노사이트 'Mxxxx.to'. 이 사이트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서버를 두었지만 운영자는 물론 이 곳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한국인이다.

이 사이트에 게재된 음란물은 상업용 포르노를 비롯해 1000편은 족히 넘어보였다. 전문배우들이 촬영한 국내외 포르노도 있지만 모텔 화장실 등에서 촬영한 몰래카메라나 일반인들의 셀프 동영상들도 상당수 있다.



문제는 회원 인증절차가 전혀 없어서 청소년은 물론 초등학생까지 쉽게 접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사이트에 게재된 음란물에는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우리 청소년들이 성기를 노출하거나 성행위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동영상들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주로 이용되는 메신저 프로그램의 화상채팅 기능을 이용해 상대방 영상을 몰래 캡처하거나 카메라폰(폰카)으로 찍은 것들이다.



◇청소년 '자작 음란물' 판친다

지난달 온나라를 발칵 뒤집은 대구 초등학교 집단 성폭행 사건. 이는 인터넷 등에서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음란물의 폐해가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에선 대구 초등학교 집단 성폭행 사건보다 더 끔찍한 일들이 벌어진다. 정부가 음란물사업자들과 공허한 숨바꼭질만 되풀이하는 동안 정작 음란물의 보호대상이 돼야 할 청소년들이 음란물의 주된 생산자로 돌변해버린 '기가 막힌' 현실에까지 이르렀다.


대구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터넷 등에서 무방비로 노출된 음란물들이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왜곡된 성(性) 가치관을 심어주는 차원을 넘어 본격적인 모방범죄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됐다고 진단한다.

인터넷 메신저나 채팅 사이트에서 상대방을 몰래 녹화할 수 있는 캡처 프로그램이나 언제 어디서나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폰카 등으로 청소년들도 손쉽게 음란물을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셈이다. 여기에 색다른 자극을 찾는 음란물 유포자들과 이용자들의 괴팍한 수요(?)가 결합하면서 청소년 자작 동영상이 성인음란물의 한 장르를 차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더 큰 문제는 청소년 자작 동영상이 대부분 '돈벌이' 목적으로 촬영된다는 점이다. 역시 해외에 서버를 둔 한국어 음란사이트 'Cxxx.com'. 이곳은 청소년 자작 음란 동영상의 메카로 통한다. 이 사이트는 일반 이용자들이 직접 촬영한 셀프 동영상이나 몰카 동영상을 돈을 주고 매입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청소년들이 호기심이나 자기 과시 차원에서 촬영한 동영상이 '용돈벌이' 목적으로 이 곳에서 판매되고, 이 동영상이 홍보 또는 이용자들에게 복사돼 무료사이트나 파일공유(P2P), 웹하드 등을 통해 재유포되면서 청소년 음란물들이 확대 재생산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해외 음란사이트 차단대책 '절실'

지난해 포털의 '야동'(야한동영상) 파문 이후 국내 인터넷업체들에 대한 집중 단속과 업계의 자정노력에 힘입어 실제 국내 음란물 유포건수는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정작 'M'사이트와 같이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청소년들에게 노출되는 해외 한글 음란사이트들의 경우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현재 해외에 서버를 둔 음란사이트 수는 100여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해외 음란사이트는 현재 P2P나 웹하드 등을 통해 나도는 음란물들의 숙주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 정부의 단속을 피해 도메인과 IP를 바꿔가며 사이트를 운영하는 형태로 음란물 장사를 계속하고 있다. 서버 소재지가 미국 호주 등 해외이기 때문에 운영자에 대한 수사조차 결코 녹록지 않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음란물 사업자들이 무차별적으로 스팸메일을 발송하거나 국내 P2P나 웹하드 사이트에 광고가 삽입된 무료 동영상을 띄우는 방식으로 게릴라식 홍보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네티즌들이 자주 찾는 블로그나 카페 등에 스팸링크를 걸면서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굳이 찾지 않아도 아무 때나 음란물을 볼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음란물 사이트를 봤다는 초등학생 가운데 23%가 광고팝업이나 스팸메일 등으로 우연한 기회에 음란물 사이트에 접속해서 봤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무엇보다 현재의 인터넷 음란물 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이들 해외 숙주 사이트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강도 높게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학부무정보감시단 김성심 사무국장은 "분별능력과 조절능력이 없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자극적인 음란물에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노출되다보니 이처럼 모방범죄들이 판을 친즌 것 아니냐"며 "인터넷 음란물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청소년들의 자작 음란물과 관련해 당사자들의 인생이 꽃도 피워보지 못한 채 파멸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학부모들과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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