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혼란에 정도전 예언까지? "이성찾자"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8.05.05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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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도전 예언'까지 나왔다.

지난 3일 '이명박 독도'가 화제가 되더니 5일에는 '정도전 예언'이 네티즌들 사이에 떠돌고 있다.

↑한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정도전 예언'관련 질문↑한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정도전 예언'관련 질문


소문은 삼봉 정도전(1342~1398)이 "숭례문이 전소되면 국운이 다한 것이니 한양 사람들은 도읍을 떠나 멀리 피난을 가야 하며 나라는 쇠망하고 그 이치는 만방으로 퍼질 것이다"고 했는데 지금 상황과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숭례문이 불타 없어졌으니 앞으로 '쇠망할 정도'의 국가적 위기가 몰려올 것이란 소리다. 최근의 광우병 공포가 발단이 됐음은 말할 필요 없다.

"이명박이 독도를 일본에 팔아넘겼다"는 소문이 지난달 18일 권철현 주일대사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면 이번엔 600년 전에 인물을 끌어낸 셈이다.



게다가 소문의 출처 형식이 '예언'이다. 이미 '노무현 예언' 등이 며칠 사이 퍼진 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해 한 강연에서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생각하니 좀 끔찍하다"고 말한 것이 들어맞았다는 것.

미국산쇠고기 수입 문제를 계기로 형성된 '반MB'정서가 '독도문제'에 이어 사실관계도 모호한 '예언시리즈'까지 무차별적인 '공격도구'를 만든다는 지적이다.

기존의 "광우병에 걸려도 의료보험 민영화 때문에 치료도 못 받고 결국 대운하에 빠져 죽는 것 아니냐"는 식의 '포괄적 비판'을 넘어 최소한의 '논리'도 벗어 던진 양상이다.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정책반대시위연대'의 한 관계자는 "지금 상황 자체가 논리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드니까 이런 괴담들이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며 화살을 정부에 돌렸다.

ⓒ이명근 기자ⓒ이명근 기자
물론 황당한 이런 '괴담'이 쉽게 유포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국민들이 극도로 불안해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반면 어떤 네티즌들은 "이성을 좀 찾자. 이런 괴소문 때문에 광우병 위험처럼 정작 중요한 문제가 덮이면 안되지 않는가"라고 했다. "예언 따윈 관심 없다. 쇠고기 수입이나 막자"고 냉소를 드러낸 네티즌들도 많았다.

"괴소문들의 무차별적 유포가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 아니냐. 자제하자"는 반응도 나왔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온갖 괴담이 나돌아도 법적으로 일일이 대응하기 어렵다"며 "유언비어가 퍼져나가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없는 이런 인터넷의 구조가 문제 있지 않나"고 말했다.

한편 다음 아고라의 '이명박 탄핵' 서명운동은 전날 오후 100만명을 넘긴데 이어 5일 오후 8시 현재 116만에 달해 여전히 '성난 민심'은 식고 있지 않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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