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불란' 한화家 vs '형제분란' 한진家

머니투데이 이진우 기자 2008.04.2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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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화재 인수戰… 한화 측 '수성', 한진 2세들은 '계열분리-법적분쟁' 냉담

'형제 대(對) 남매의 대결?.' 제일화재 인수합병(M&A)을 둘러싼 한화와 한진 가문간 대결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한진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의 4남 조정호 메리츠화재 회장이 둘째형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측의 도움을 받아 제일화재에 대한 적대적 M&A를 선언하자, 한화그룹이 즉각 백기사를 자처하며 수성에 나섰다. 제일화재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누나인 김영혜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한진측 '조남호-조정호 형제'공격에 한화측 '김영혜-김승연 남매'가 역공을 취하며 본격 방어전에 나선 셈이다. 메리츠화재와 제일화재는 공정거래법상 한진과 한화그룹의 계열사는 아니다. 하지만 그룹 오너의 형제들이 뭉쳐 격돌하는 보기 드문 상황이 연출되면서 세간에선 이미 흥미진진한 '가문의 대결'로 생각하는 분위기다.



재계에서는 김승연 회장측이 한화손해보험과 제일화재의 합병까지 언급하며 초강수를 들고 나옴에 따라 한진측의 추가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진가의 맏형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행보까지도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한진측 분위기는 '누나를 위해 서슴없이 뛰어든' 김승연 회장쪽과는 많이 다르다. 한진이 창업주의 사후에 이미 형제간 계열분리가 이뤄진 데다 아무래도 공격 당하는 쪽(한화)에 비해서는 그 절박성이 덜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진은 현재 한진그룹(조양호 회장)과 한진중공업그룹(조남호 회장), 메리츠금융그룹(조정호 회장) 등으로 분리된 상태다. 3남인 고 조수호 회장의 한진해운은 미망인인 최은영 회장이 이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진측은 한화와는 달리 형제 또는 계열그룹 별로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조양호 회장의 한진그룹은 일단 "이미 계열 분리가 이뤄져 이번 일과 관련해 언급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비록 형제지간이지만 특별히 이번 인수전에 가세할 가능성은 없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일화재 인수전에 가담했던 한진중공업측도 "그룹간 대결로 보는 시각은 맞지 않다"며 어느정도 선을 긋는 분위기다. 계열사 두 곳이 지분매입에 동참했지만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듯한 인상은 주지 않고 있다.


통상 한국적 정서에서는 비록 계열분리는 됐어도 무슨 문제가 생기면 형제자매 등 가족들이 서로 돕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사태를 한진과 한화의 가문대결로 보는 시각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한진측 형제간 복잡한 사정을 알게 되면 상황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진가 2세 형제들은 지금 사이가 좋지 않다. 대결구도는 '조양호 회장 대(對) 조남호·조정호 회장'이다. 이들은 조중훈 회장이 작고한 뒤 유산 등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법적분쟁을 벌여 왔다.



상황이 이런 만큼 한진측 형제들이 서로 힘을 합쳐 이번 제일화재 인수전에 나설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한마디로 서로 도움을 요청할 처지도, 도와 줄 입장도 아니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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