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는 없다? '반이'가 생긴다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8.04.2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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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의 여의도 편지]

편집자주 별명이 '제비'입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릅니다. 친구들이 그렇게 불렀습니다. 이유도 명확치 않습니다. 이름 영문 이니셜 (JB) 발음에 다소 날카로운 이미지가 겹치며 탄생한 것 같다는 추측만 있을 뿐입니다. 이젠 이름보다 더 친숙합니다. 동여의도가 금융의 중심지라면 서여의도는 정치와 권력의 본산입니다. '제비처럼' 날렵하게 서여의도를 휘저어 재밌는 얘기가 담긴 '박씨'를 물어다 드리겠습니다.

#요새 한나라당 의원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질문이 하나 있다. "친이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없다고 생각하세요"

농담으로 툭 던져도 쉽게 받아치지 못한다. 보통 웃음으로 넘긴 뒤 화제를 돌린다. 순간적으로 얼굴이 굳어지는 이들도 있다. 있는 그대로 얘기하면 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은 탓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미 "친이는 없다. 친박은 몰라도…"라고 '말씀'하신 터. 여기에 대고 친이가 있다고 외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MB 말대로 없다고 얘기하면 그 스스로 주군을 쫓는 '친이'로 분류된다.



#'친박'측 인사들은 웃는다.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비꼰다. 재미삼아 농담까지 한다. "친이가 없대요. 어디 갔대요?".

그리곤 한마디 덧붙인다. "없는 친이들의 일자리는 왜 챙겨준다는 것인지…". 정부 산하 기관, 공기업 등에 자리를 노리는 이들을 빗댄 말이다.



실제 총선 이후 흐름이 그렇다. 정부 산하 금융기관장들은 일괄 사표까지 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전직 의원, MB의 측근 등이 갈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MB가 없다고 말한 그 '친이'들이다.

#'친이'에 앞서 이미 '친노(친노무현)'가 존재한 바 있다. 대통령의 우군을 그렇게 불렀다.

이들은 정부 부처에서 활약했고 공기업을 장악했다. 산하단체도 이들의 일자리가 됐다. 승자들의 전리품은 전적으로 그들의 차지였다.


전문가도 있었지만 보은과 배려 차원이 더 많았다. 일자리를 얻는 친노가 많아질수록 밖에선 '반노'가 늘어났다. 그리고 그 '반노' 정서는 곳곳으로 번져갔다. 새로 친노가 된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사람들은 그 이유를 '오만'에서 찾는다. 친노의 호가호위가 가져온 업보였다.

#이제 친이들이 곳곳에 포진된다. 청와대와 정부는 배치가 끝났다. 공기업 등 수많은 자리에 예약이 밀려든다. 사람은 많은데 자리는 한정돼 있다.

이를 위해 많은 이들이 떠나고 있다. '친이'들을 위한 자리 비우기다. 임기가 있어도 중요하지 않다. 임기 가 한 두 달밖에 남지 않은 기관장도 사표를 낸다.

방식도 은근히 사퇴를 종용했던 이전 정부와 다르다. 가차없이 밀어붙인다. MB스타일 그대로란 말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조금씩 '반이'가 태동한다. 정치적으로 대립했던 이들도 아닌데 불평을 쏟아낸다. MB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거침없이 나온다.

"노무현 정부 때도 이렇게까지는 안 했다" "A씨가 빨리 자리를 잡아야 우리도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다" 등.

일자리를 빼앗겼다는 이유 때문은 아니다. 대통령이 없다고 외친 그 친이의 호가호위가 볼썽사나울 뿐이다.

그들이 활보할수록 '반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친노'와 '반노'가 그랬듯 말이다. 친이는 실재한다. 그리고 유령처럼 어슬렁댄다. 없다고 외칠 게 아니라 한번 모여 군기를 잡을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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