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이어 혁신도시도? 민심 '술렁'

김정태 장시복, 대전=최태영 기자 2008.04.1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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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혁신도시 착공식 국토부 장관 불참, 정부불신감 커져

"속았다. 여당이라고 혁신도시 잘 끌어오겠다고 유세해 국회의원으로 뽑아주니까, 이런 얘기가 나오다니…."(경북김천 혁신도시의 한 주민)

"지난해 11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착공식에 온다고 하니까 나주 공무원들이 총동원돼서 보상을 독려했다. 다들 형, 삼촌이라 보상을 수용했는데, 이제와서 재검토한다는게 말이 되냐."(전남 나주혁신도시의 보상주민)



이명박 정부가 혁신도시 사업에 대해 재검토하기로 하자 해당 지역이 술렁이고 있다. 특히 영남지역 혁신도시 주민들은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밀어줬더니 말을 금세 뒤집는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경북 김천 혁신도시 공인중개업소' 김향년 대표는 "원래 이쪽 지역은 무소속이 강세였지만 한나라당 후보가 혁신도시를 내세우는 덕에 당선됐다"며 "새정부가 지역경기 살려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자꾸 서울 위주로 정책을 펴는 것 같아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16일 착공식이 열릴 예정인 부산 동삼혁신도시는 잔칫집 분위기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당초 착공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등 정부 및 이전기관 관계자들이 대거 불참할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부산시 혁신도시 건설관계자는 "장관의 불참이 혁신도시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인 입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안 그래도 건설일정이 늦어졌는데 이런 악재가 터지니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토지보상이 꽤 진척되고 있는 혁신도시 개발지역은 '그래도 설마'하는 분위기다. 현재 전남, 전북, 경남 진주, 강원 원주혁신도시 등은 토지보상률이 70~90%에 달해 보상비 대부분이 풀려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사업변경이나 수정은 불가능하다는 게 해당 사업단의 공통된 설명이다.

경남 진주와 전남 나주혁신도시 경우 현재 각각 주택공사 등 12개, 한국전력 등 20개 공공기관이 이주할 예정인데다 토지보상률도 84~95%에 달해 혁신도시 건설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남혁신도시사업단 관계자는 "토지 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나머지 5%는 문중 땅이어서 미루고 있거나 세금(양도세)을 피하기 위한 일부 주민들"이라며 "최근 혁신도시 지연에 대한 불안 때문인지 보상을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나주시 인근 으뜸공인 관계자는 "재검토는 있을수 없는 일"이라며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으면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토지보상률이 70%에 달하고 있는 전라북도 혁신도시 주민들도 "자칫 알맹이 없는 혁신도시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지역 전주시 완산동에 거주하는 김모씨(35세, 회사원)는 "그동안 혁신도시가 들어선다고 해서 앞으로 전주시를 비롯해 전북 전체 경기가 나아질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예상했는데 앞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것 같아 허탈하다"고 말했다.

이지역 평화부동산 관계자도 "지역균형발전과 혁신도시건설은 정권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정부가 바뀌었다고 약속을 깨버리는 것은 지방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충북지역민들도 혁신도시 재검토에 우려를 표명했다.



노화욱 충북도 정무부지사는 이날 머니투데이와 전화통화에서 "혁신도시에 대한 전면 재검토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각 지역적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부지사는 이어 "일부에서 거론되는 것처럼 참여정부 시절 산출된 혁신도시 개발에 따른 부가가치 효과가 과다 계상됐다는 것은 검증해 봐야 한다"면서도 "모든 혁신도시가 잘못된 분석에 의해 추진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충북의 경우 전통적인 농업도에서 최근 들어 잇단 기업유치 등을 통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여건 속에서 기능 축소나 폐지로 방향이 선회한다면 지역민들의 박탈감은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천군 덕산면 G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이미 보상이 67%를 넘어선 수준인데다 땅값도 많이 상승해 있는 상태에서 축소나 폐지로 전환되면 땅값 폭락은 뻔한 일"이라며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충북지역의 혁신도시 건설 예정지는 진천군 덕산면과 음성군 맹동면 일원 6.9㎢(209만평). 총 1조7611억원이 투입돼 오는 2012년 완공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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