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가격은 고무줄? BMW 가격인상 시사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08.04.1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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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가격 정책에 소비자 혼란 가중 지적

지난해 수입차 가격 인하 경쟁을 촉발시킨 BMW가 차량 가격 인상을 강력히 시사했다. 만약 BMW가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경우 경쟁 업체들의 동반 상승 효과로 이어질 공산이 커 소비자 불만이 커질 전망이다.

안드레아스 샤프 BMW코리아 세일즈마케팅 총괄 부사장은 15일 서초동 BMW 매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유로 환율 상승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샤프 부사장은 "유로 환율이 급격히 상승해 한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악화되고 있다"며 "BMW를 사려면 되도록 빨리 사라"고 의미있는 농담을 던졌다.

실제로 유로 가치는 상승 행진을 지속해 지난해 4월까지 1.3달러대이던 유로 가치는 이달 14일 현재 1.58달러까지 상승했다. 유로가 비싸질수록 독일에 거점을 둔 BMW는 수출 채산성이 악화되고 그만큼 가격 인상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BMW의 가격 인상 가능성 시사는 불과 1년전인 지난해 5월 수입차 전체의 가격 인하 전쟁을 촉발시킨 것과 정반대의 행보를 예고한 것으로 업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BMW는 지난해 5월 528i를 새로 출시하며 가격을 종전모델에 비해 1900만원 낮춘 6750만원에 내놓았다. 그러자 경쟁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도 역공을 시도해 올 2월 뉴제너레이션 E280 엘레강스 모델 가격을 종전 아방가르드보다 1300만원 저렴한 7590원에 팔았다.

아우디도 가격 인하 대열에 합류했다. 올 3월 A6 3.2 FSI 콰트로 가격을 최고 1710만원 내렸다. 이로 인해 콰트로 모델과 콰트로 다이내믹 모델 두 종류의 가격은 6850만원, 7900만원으로 내려갔다.


가격 인하 효과는 당장 수입차 시장 확대로 이어졌다. 가격 경쟁을 주도한 BMW는 지난해 7618대의 차를 팔아 전년대비 24.9% 증가해 렉서스로부터 1위 자리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가격 인하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지난해 매출 4622억원으로 2006년 4475억원 대비 소폭 상승한 반면 2006년 452억원 영업이익에서 지난해 42억원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했다.



결국 지난해 전체 5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전년 274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샤프 부사장은 "수익성이 악화된 건 유로 환율 영향이 매우 크다"며 "이 때문에 사정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수입차업계는 BMW가 수익성 악화로 가격 인상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모처럼 확대된 수입차 시장 전체에 찬물을 끼얹을까 우려하는 눈치다.



이런 분위기는 딜러쪽도 마찬가지다. BMW의 공식딜러인 한독모터스 박인주 사장은 "아직까지 BMW로부터 가격 인상에 관한 얘기를 듣지 못했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 BMW가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차업계는 BMW가 지난해 가격 인하 경쟁을 주도하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고 자랑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가격 인상 분위기를 조성할 경우 "수입차 가격은 고무줄이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대부분의 수입차 브랜드들은 소비자의 비난을 의식해서인지 가격 인상의 당위성에는 공감하지만 실행에 옮기기에는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렉서스 관계자는 "물론 환율이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독일 브랜드들도 "수익성이 악화되는 저간의 사정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가격 인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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