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李회장 재소환 이유는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2008.04.1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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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내용 및 소환 배경에 관심 집중

조준웅 삼성특검팀이 지난 4일 소환 조사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11일 다시 불러 조사를 벌인다.

당초 이 회장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했다며 재 소환하지 않겠다고 밝힌 특검팀이 일주일도 채 안돼 입장을 바꾼 것이다.

윤정석 특검보는 10일 이 회장 재소환 이유에 대해 "추가적으로 조사할 내용이 있다"며 "(수사 대상)사안별로 필요한 사항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특검보는 "지난번 조사에서 마무리가 안 된 부분도 있고 기록검토 과정에서 추가 조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된 사항이 있다"며 "특정 사안이 아닌 전반적인 부분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특검팀이 계획을 급선회하면서 이 회장을 상대로 어떤 조사가 이뤄질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검팀 안팎에서는 특검팀이 이 회장 등을 상대로 한 수사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지만 특검팀이 의혹의 실체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전혀 확보하지 못하면서 관련자들의 진술에서 '허점'을 찾아내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다.

물론 불법사실을 어느 정도 확인한 특검팀이 수사 마무리 차원에서 이 회장을 다시 부르는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특검팀이 이 회장 소환에 앞서 삼성 본관 창고와 전산센터 등에서 전격 압수수색을 벌인 점으로 미뤄볼 때 아직까지 범죄 혐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확증'을 잡지 못했을 것이란 예측에 무게가 더 실린다.


이와 관련, 윤 특검보는 "이 회장을 다시 부르는 것은 마무리 수사를 위해 필요한 사항을 조사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특검팀은 이 회장을 다시 불러 특검 수사의 핵심인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함께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 의혹 등 삼성을 둘러싼 3대 비리 의혹 전반에 대한 보강조사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 회장에게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사건'과 관련, 당시 직접 전략기획실 등에 사채 발행을 지시했는지와 그룹 계열사들이 임직원 명의로 차명계좌를 개설, 운용하는 과정에 관여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이와 함께 그 동안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 전용배 상무 등 삼성전략기획실 소속 '실세' 임원진들을 상대로 벌인 조사 내용과 이 회장의 진술을 서로 비교해가며 서로 다른 부분에 대해 확인작업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이 회장은 1차 조사 당시 '에버랜드 사건'의 경우 전략기획실로부터 보고를 받은 것은 사실이나 직접 관여한 적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며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 여부에 대해서도 비슷한 맥락으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수사기한 만료를 10여일 앞둔 특검팀이 이 회장에 대한 재조사를 통해 의혹의 실체에 보다 가깝게 접근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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