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총선 승리 배경은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8.04.09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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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승리 여운, 총선정국 지배…대안부재·유권자 보수화 등 작용

이변은 끝내 없었다. 한나라당은 행정부에 이어 의회 권력까지 품에 넣었다.

야권의 '견제론'은 여당의 '안정론' 앞에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국민들이 대선에 이어 '경제살리기'란 화두로 재무장한 이명박 정부의 안정적 국정 운영을 선택한 때문이다.

새 정부의 집권 직후 치러진 4.9 총선은 결국 과반 의석이 예상되는 한나라당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대선 직후라는 총선 정치 지형의 특성과 유권자들의 성향 변화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의 승리 배경으로는 우선 대선의 여운이 총선 정국을 지배했다는 점이 꼽힌다. 이번 총선은 대선 이후 불과 4개월만에 치러졌다. 새 정부 출범 기준으로는 두 달이 채 안 된 시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대선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지난 10년에 대한 책임론이 새 정부 심판론을 압도했다는 평가다.



한나라당도 대선의 여운을 총선에 적극 활용했다. 총선 전략은 고스란히 정권 '안정론'에 집중됐다. 집권여당이 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경제살리기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도와달라"며 엄살과 읍소 전략도 병행했다.

한 정치 컨설턴트는 "한나라당의 정책과 비전 제시가 전무했음에도 '안정론'이 먹혀든 것은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한 번만 더 지켜보자'며 다시 지지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심판론'이 설 자리도 없었다. 새 정부가 보인 실책에 대한 책임을 묻기에는 기간이 너무 짧았다"고 말했다.


대안 세력의 부재도 집권여당에 기대 이상의 반사이익을 몰아 준 요인이다. 대선 이후 구(舊)여권은 몰락 위기에 처해 지리멸렬했다. 통합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수권정당으로서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그래서 나온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민주당이 변화를 보이지 못했고 인물로도 한나라당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표심을 유인하기에는 한계가 컸다"고 설명했다.

17대 때 대거 약진했던 진보 정당의 분열도 한나라당 승리의 외부 요인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으로 나뉘어 대안 세력으로서의 결집된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잡은 유권자들의 급격한 '보수화'는 한나라당의 총선 승리의 최대 원동력이 됐다. 특히 부동층으로 자리잡았던 수도권 40대가 선거 막판 한나라당 지지로 돌아서면서 희비가 극명히 갈렸다는 것이 대다수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정치 전문가는 "선거가 종반에 접어들면서 고민하던 수도권 40대가 한나라당쪽으로 돌아선 기운이 확연했다"며 "진보개혁 정권 10년을 거치는 과정에서 유권자들의 보수화가 급격히 진행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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