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선거 분위기는 봄과 거리가 멀었다.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는 여전했지만 '절대'는 아니었다. '텃밭'이 흔들리는 분위기도 읽혔다.
시민들은 "박근혜란 존재가 대구에 어떤 의미인가"란 질문을 받으면 모두 한참을 고민한 후 "글쎄요"란 말부터 시작했다.
대구 달서구에 산다는 박모씨(55세, 여)도 "어릴 때부터 영부인 역할을 하면서 정치를 일찍 배우지 않았느냐"며 "부모님을 일찍 여읜데 대한 동정심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을 살렸다는 것도 큰 이유였다. 박모씨(42세, 남)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 쓰러져가는 한나라당을 살린게 누구냐"며 "바로 박 전 대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한나라당 공천은 치졸했다"고 언성을 높였다.
동대구역에서 만난 최모씨(60세, 남)는 "'박근혜'하면 대구의 자존심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를 전면에 내건 홍사덕 친박연대(대구 서구) 후보의 한 측근은 "이 곳 어르신들이 박 전 대통령과 이념 등을 공유하는 게 많아서일 것"이라며 "이번 공천 과정에서 박 전 대표가 피해를 입으면서 애정이 더 커진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물론 반대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택시 운전을 하는 김모씨(43세,남)는 "박 전 대표가 대구에 특별히 해준 것도 없는데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구에 산다는 김모씨(48세, 여)도 "박 전 대표가 대구에 한 일은 별로 없는 것 같다"며 "다들 '박근혜'하니까 덩달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 서구에 출마한 이종현 한나라당 후보는 "박 전 대표에 대한 애정은 감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이번 공천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대구 시민들이 있는데 그 정서를 정치적으로 나쁘게 이용하는 분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표에 대한 이런 혼재된 감정은 고스란히 혼란스런 표심으로 이어진다. 총선을 2일 앞둔 대구 시민들 표심은 '갈등' 자체다. 예전대로라면 한나라당을 찍어야하는데 박 전 대표가 눈에 밟힌다.
한나라당을 탈당해 출마하는 '친박근혜계'나 한나라당이나 모두 아군처럼 보인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대학생인 김모씨(24, 남)는 "친박쪽을 찍어도 다 한나라당으로 돌아가는 거 아니냐"며 "솔직히 누구를 찍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달서구의 박모씨(33세, 여)도 "친박쪽을 찍고 싶은데 일할 사람도 챙겨야 하지 않겠냐"며 "아직 결정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