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조사 마친 이 회장 "국민 여러분께 죄송"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2008.04.05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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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3보)11시간 가량 강도 높은 조사‥이 회장 기소 여부 '촉각'

삼성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검팀에 지난 4일 소환돼 조사를 받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이튿날인 5일 새벽 1시께 사무실을 나서 귀가길에 올랐다.

이날 오후 2시께 특검팀에 출석한 이 회장은 윤정석 특검보 등 3명의 특검보들에게 자정을 훌쩍 넘긴 5일 0시40분께까지 무려 11시간 가까이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이 회장은 이날 조사 전후 특검팀에서 유일하게 기소 권한을 가진 조 특검을 2차례에 걸쳐 면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 회장에게)조사할 내용이 많아서 (예상보다)조사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말했다.



조사를 마친 이 회장은 출석할 때와는 달리, 안경을 착용한 채 피곤한 모습으로 나와 취재진들에게 "국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삼성 문제로 물의를 빚어 죄송합니다, 특검 수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모든 게 제 불찰입니다"라고 말한 뒤 미리 대기 중이던 삼성전략기획실 관계자 등과 출석할 때 타고 온 검정색 벤츠 승용차를 귀가했다.

특검팀은 이 회장에 대해 특검 수사의 핵심인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함께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 의혹 등 삼성을 둘러싼 3대 비리 의혹 전반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특히 특검팀은 이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이 제기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사건'과 관련, 당시 직접 전략기획실 등에 사채 발행을 지시했는지와 그룹 계열사들이 임직원 명의로 차명계좌를 개설, 운용하는 과정에 관여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이 회장은 이날 조사 중간에 특검팀 수사진들과 함께 인근 음식점에서 자장면과 만두를 시켜 간단히 저녁 식사를 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조사에서 이 회장이)대답을 성실히 잘했다, 질문 취지를 잘 알아듣고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표현했다"고 조사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이날 조사에서 비리 개입 사실 등 혐의 내용을 모두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특검팀 관계자는 "(이 회장이)혐의를 시인했는지, 부인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각종 의혹들의 정점인 이 회장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됨에 따라 그 동안 진행한 수사 내용을 토대로 법리 검토 작업를 거쳐 조만간 이 회장 등 관련자들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특검팀은 2차 수사기한(8일) 내에 모든 작업을 끝마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수사기한을 23일까지 15일간 재 연장했다.

앞서 이 회장은 이날 오후 이완수 변호사 등 삼성 측 관계자들과 함께 서울 한남동 특검사무실에 도착해 "에버랜드 전환사채(CB)발행 실권을 직접 지시했나", "삼성생명 차명주식이 본인의 상속재산이 맞나", "계열사 비자금 조성 지시한 적이 있나", "경영권 불법 승계 과정에 대해 직접 보고받았나" 등 비리 의혹과 관련된 취재진들의 질문에 "그런 기억이 없다, 잘 모른다"란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 회장은 이어 "글로벌 기업 삼성이 범죄 집단으로 몰리는 현 상황이 누구 책임이라고 생각하나"란 질문에 "범죄 집단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그 것을 옮긴 여러분(언론)에게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 회장은 조사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국민들께 한 마디 해 달라"는 취재진들의 요구에 "여러달 동안 소란을 끼쳐 대단히 죄송하고 진실이든, 아니든 이런 일이 없어야 되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건강상태를 묻는 질문에는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라고 말한 뒤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느끼나"란 물음에 "그룹 회장이니까 당연히 책임을 느끼죠"라고 답변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 회장 소환에 앞서 이날 오전 특검팀을 방문, 김성호 국정원장 등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지목된 5명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 단체는 고발장 접수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의 로비 대상자들은 우리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는 재벌그룹으로부터 떡값 명목으로 뇌물을 수수하고 기본적인 법질서를 무너뜨린 것"이라며 "특검팀은 이들에 대해 엄정히 수사해 응당한 처벌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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