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대우조선은 판도변화 '뇌관'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08.04.0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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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주체 따라 업계판도 지각편동

조선업계 세계 3위 대우조선해양 (32,750원 ▲1,150 +3.64%) 인수를 향한 진검승부가 시작됐다. 호황 업종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라는 점에서 어느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그리고 또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있다. 누가 인수를 하느냐에 따라 조선업계의 판도 변화가 동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조선업체들로선 인수전에 직접 뛰어들든 그렇지 않든 '강건너 불구경'만 할 수 없는 처지인 셈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대우조선 인수에 적극적인 의사 표시를 하고 있는 쪽은 포스코 (375,000원 ▼500 -0.13%), 두산 (164,900원 ▲1,600 +0.98%), GS (44,800원 ▲400 +0.90%)홀딩스 등 조선업을 영위하지 않는 기업들이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STX그룹 등 조선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차분하다. "검토한바 없다"(현대중공업 (198,300원 ▲7,300 +3.82%))거나 "매각 가격이 높아 망설여진다"(STX (5,320원 ▲20 +0.38%)그룹)는 반응이다. 아예 언급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는 곳도 있다.(삼성중공업 (10,630원 ▲130 +1.24%))



그러나 속내까지 여유로울 수는 없는 입장이다. 대우조선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각자의 입지가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조선업은 선주와의 가격 협상, 원자재 조달 등에 있어 규모의 경제가 위력을 발휘하는 업종 중 하나다.

우선 비(非)조선업체가 인수하는 경우에는 기존 경쟁구도가 크게 바뀌지 않는다. 대우조선의 주인이 바뀔 뿐 큰 틀에서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등 '빅3'를 형성하는 구도가 계속된다는 얘기다.

조선업계 내에서 인수전에 뛰어드는 업체가 나올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우선 삼성중공업이 현대중공업을 인수하게 되면 1위 경쟁이 본격화된다.


조선·해운 시황분석 전문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세계 조선업계 순위는 지난 2월 수주잔량 기준(CGT·표준 화물선 환산 톤수)으로 현대중공업이 1493만2000CGT로 1위, 삼성중공업이 1090만3000CGT로 2위, 대우조선이 1002만4000CGT로 박빙의 3위다.
조선업계, 대우조선은 판도변화 '뇌관'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수주잔량은 2092만700CGT로 현대중공업을 크게 앞서게 된다. 현대중공업의 계열사로 업계 4,5위인 현대미포조선(550만8000CGT) 현대삼호중공업(454만8000CGT)를 합친 2498만8000CGT도 추격 가시권이다.

현대중공업은 인수시 확고부동한 1위가 되면서 선주와의 협상력 등이 더 향상되는 장점이 있다. 동시에 삼성중공업 등 다른 경쟁사들은 사실상 1위의 꿈을 접어야 한다. 현대중공업 입장에선 무엇보다 삼성중공업 등 다른 경쟁사들의 인수시 1위 자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STX가 인수하더라도 조선업계의 지각변동은 불가피하다. STX는 2월 기준 수주잔량이 423만9000CGT로 업계 6위지만 대우조선을 합치면 1426만3000CGT로 삼성중공업을 제치고 단숨에 2위로 뛰어오른다.

주요 후보자로 거론되는 이들 3사 모두 부담스러운 면이 있긴 하다. 현대중공업은 과점 논란이, 삼성중공업은 태안 기름 유출 사고 이후 조심스런 분위기, 지난해 크루즈선 업계 세계 3위인 노르웨이 '아커야즈'를 인수한 STX는 경쟁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인수 자금 부담이 아킬레스건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대우조선 인수에 따른 파과력이 큰 만큼 부담을 무릅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인수전에 대한 '미적지근한' 반등에도 이들을 주요 '복병'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한 업체가 출사표를 던질 경우 연쇄적인 참전도 있을 수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1위는 가격 결정력이나 장기 생존 가능성 등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며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 모두 쉽사리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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