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나는 차정일 특검의 '이용호게이트' 수사

머니투데이 김만배 기자 2008.04.0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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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본 세상]

2001년 권력형 비리로 의심되는 대형 게이트가 점화됐다. 횡령 등 혐의를 받은 이용호 G&G그룹 회장을 검찰 전·현직 최고위급 간부들이 비호했다는 의혹이 터진 것이다.

전국을 뒤흔 든, 이른바 '이용호 게이트'다.



당시 정치권의 공방 등 숱한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의혹을 파헤칠 차정일 특검호가 탄생했다.

차정일 특별검사 체제로 꾸려진 특검은 2001년 12월 출범해 신승남 당시 검찰총장의 동생 신승환씨와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 이수동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 등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변 인사들을 줄줄이 구속했다.



또 김 전 대통령의 아들 홍업씨의 비리 정황과 신승남 총장과 김대웅 광주고검장의 서울지검장 시절 수사 내용 유출 정황을 포착해 대검에 이첩하는 성과를 올렸다.

게이트 여파는 임휘윤 전 부산고검장, 임양운 전 광주고검 차장, 이덕선 전 군산지청장 등 검찰간부들의 옷을 줄줄이 벗겼다.

또 신승남 전 검찰총장의 동생 승환씨가 금융감독원에 대한 로비청탁의대가로 G&G 그룹 회장 이용호씨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구속되자 신 전 총장이 보장된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낙마했다.


당시 차정일 특검의 칼날은 매서웠다. "설마 이곳까지"라는 예민한 부분도 차 특검의 메스가 가해졌다.

'이용호게이트'를 재수사한 차정일 특검팀에는 국민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이어 법조계의 "특검수사의 교본"이라는 찬사도 나왔다.



반면 검찰에는 '게이트 부실수사'라는 거센 질타가 이어졌다. 또 그 후폭풍은 인사로 반영됐다.

당시 청와대는 신 전 총장의 후임에 이례적으로 검찰외부인사였던 이명재 변호사를 임명, 검찰에 대한 신뢰도 제고와 흔들리는 검찰조직의 조속한 안정을 도모하려 했다.

이 신임총장 체제가 출범한 이후 검찰은 곧바로 게이트 부실수사 책임을 물어 문책성 인사를 단행, 전열을 가다듬었다.



이후 3월에는 특검팀으로부터 대통령 차남 김홍업씨 측근 김성환씨 관련기록 등을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하는 등 '성역없는 수사'를통해 명예와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전의를 불태웠다.

이어 대통령 두 아들과 민주당 권노갑 전 고문, 유종근 전 전북지사, 최기선 전인천시장, 문희갑 전 대구시장, 심완구 전 울산시장 등 광역자치단체장 4명이 사정의 칼날을 맞았다.

또 수사정보 누설 의혹을 받아온 신 전 총장과 김대웅 전 광주고검장이 기소돼, 2007년 6월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4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조준웅 특검별검사팀에 전격 소환됐다.

1996년 10월 30일, 정족수 미달의 에버랜드 이사회가 전환사채 발행을 결의한지 11년 5개월이 경과했고, 법학교수 43인에 의해 이 사건에 대한 형사고발이 이루어진지는 7년 10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해당 사건의 총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필수적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와 기소, 나머지 법인주주의 이사들에 대한 검찰의 추가기소는 현재까지도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머슴이 주인 모르게 주인을 바꿀 수 없는 일"이라고 밝히면서도, 이 회장에 대한 소환 시기를 항소심 선고 이후로 미뤘다.

하지만 항소심서 유죄가 (5월 29일)선고되자 또 다시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소환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궁색한 논리를 근거로 이 회장 소환을 연기했다.

주임검사와 수사 책임자가 10여차례 바뀌면서, '폭탄돌리기'를 하듯 이 회장 소환과 관련해 검찰의 입장은 수시로 변해온 것이다.



이와 관련 법조를 취재하는 일부 기자들은 "특검이 (이 회장 소환과 관련 검찰 수사)여기까지 수사를 할 것이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특검이라는 모양은 갖춰야 하는 것 아니냐"며 "관련자 소환도 하지 않고 정·관계 로비 의혹 대상자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은 너무하다"고 비아냥 섞인 소리를 한다.

또 "조준웅 특검팀은 출범전 '차정일 특검팀'으로부터 한 수 지도를 받고, 수사를 시작했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조준웅 특검팀이 귀담아 들어야할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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